24일 오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2-2013 V리그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경기에서 삼성화재가 3세트 승리를 따낸 가운데 신치용 감독이 특유의 무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대전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24일 오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12-2013 V리그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 경기에서 삼성화재가 3세트 승리를 따낸 가운데 신치용 감독이 특유의 무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대전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김종민 감독대행의 무심 용병술 경계
“대한항공 선수들 알아서 뭉쳐 무섭다”


챔프전 1차전을 앞두고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걱정이 많았다. 승부사로서 20년 가까이 지내왔지만 이번처럼 예측 되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올해는 나도 모르겠다. 그동안 경기를 해오면서 나름대로 어떻겠다는 감이 오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이유는 대한항공 선수들끼리 만든 기세와 김종민 감독대행의 무심(無心) 때문이다.

신 감독이 보는 대한항공의 최대장점은 선수들끼리 뭉쳐서 해보자는 의지다. 시즌 도중 감독 교체를 겪으면서 혼란을 겪었던 선수들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면서 신뢰가 생겼다. 정규리그에서 삼성화재에 6전 전패를 당한 것도 도움이 됐다. 챔프전에서 지더라도 잃을 것이 없다는 마음편한 상태가 됐기에 부담이 없다. 특히 6라운드 때부터 선수들끼리 스스로 해보자는 의지가 좋은 결과를 냈고, PO 고비까지 넘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알아서 하는 팀이 가장 무섭다. 이런 팀은 무너지면 대책도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승세가 오래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 감독대행의 머리 속을 읽을 수 없다는 것도 신 감독의 계산을 어렵게 만든다.

“하종화 신영철 등 그동안 상대했던 감독들은 타임아웃을 하면 대충 어떤 작전이 나오고 세트 마다 어떤 오더가 나올지 예상이 됐지만 김 감독대행에게서는 어떤 것도 읽지 못 하겠다.”

김 감독대행은 타임아웃 때 별다른 지시가 없었다. 그냥 선수들에게 ”잘해라“며 모든 것을 맡겨뒀다. 신 감독은 “이런 팀이 무섭다”고 했다. 김 감독대행의 자유방임은 세터 한선수의 토스워크에 날개를 달아줬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공을 배급하다보니 창조적인 플레이가 나왔다. 신 감독은 “감독과 세터는 토스를 놓고 의견충돌이 있기 마련이다. 한선수가 신영철 감독 때는 지시를 따르다보니 제한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 그래서 지금 더 잘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두 팀 모두 감독이 없다.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마음을 비운 사람이라고 했다. 신 감독이 1차전을 두려워한 이유였다.

대전ㅣ김종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