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베띠가 27일 열린 V리그 여자부 챔프전 3차전에서 기업은행의 블로킹을 피해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구미|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4세트 24-21서 대역전 드라마
만점 수비 배유나 “5차전 간다”
2세트까지만 해도 GS칼텍스에 희망은 없었다.
1세트에서 21-25로 물러난 뒤 2세트는 전혀 GS다운 배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더블리베로 시스템으로 선수들이 들락날락 하다보니 어수선했다. 새로운 포메이션에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더블스코어로 달아났다. 18-25로 2세트가 끝나자 KOVO에서는 기자단에 MVP 투표용지를 돌렸다.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3세트 들자 이선구 감독은 스타팅을 바꿨다. 최유정을 선발로 투입했다. 이 선택이 결국 GS칼텍스를 살렸다. 최유정이 들어오면서 모래알 같던 GS의 수비라인이 촘촘해졌다. 우승이 눈앞에 있자 마음이 급한 기업은행이 스스로 무너졌다. GS는 3세트를 25-16으로 잡고 대반격의 시동을 걸었다. 최유정은 알토란같은 3점을 뽑으며 팀이 힘을 불어 넣었다. 꼭 필요한 때 공격득점 2점을 뽑았고, 서브에이스로 탄탄한 리시브를 자랑하던 기업은행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4세트는 더 극적이었다. 21-21까지 팽팽하게 힘을 겨뤘다. 기업은행은 챔피언십 포인트까지 달아났다. 24-21이었다. 모두가 끝났다고 하는 순간 GS는 기적을 만들었다. 알레시아의 강타를 배유나가 연신 걷어 올렸다, 베띠의 백어택에 이어 알레시아의 공격이 라인을 벗어낫다. 듀스. 기업은행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GS는 여기서 알레시아의 백어택 아웃과 한송이의 오픈강타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세트를 나란히 했다.
5세트는 베띠의 무대였다. 3-2에서 연속 3개의 서브에이스로 6-2로 달아났다. 기업은행 선수들의 얼굴이 하얗게 됐다. 베띠는 5세트에서만 10점을 뽑으며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경기 전 할머니의 품에 안겨 코트에서 몸을 풀던 엄마 뻬띠를 보고 울어대던 아들은 4세트까지 잠만 잤다. 공교롭게도 5세트 들자 베띠의 아들은 눈을 떴다. 마치 엄마의 플레이를 보기 위한 듯 잠에서 깨어났다. 베띠의 강타는 계속 됐다. 조용하던 구미 박정희체육관은 팬들의 함성 소리가 더 커졌다. 베띠를 응원하는 소리가 커질수록 기업은행의 몸은 무거워졌다.
매치포인트는 배유나의 몫이었다. 14-7에서 기업은행 알레시아의 오픈강타가 라인을 벗어났다. 15-7. 저승의 턱밑에 무려 3번이나 들어갔던 GS는 여자배구 챔피언시리즈 역사상 가장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기적의 승리였다. 베띠는 37점에 45%의 공격성공률로 팀을 살렸다. 배유나는 3차전에서 딱 5점을 올렸지만 기막힌 수비로 승리의 조연이 됐다. “강타보다는 알레시아의 연타를 막아낸 것이 좋았다. 구미에서 마음을 편하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했다. 화성 5차전까지 가겠다”고 했다.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구미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