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이 작전타임 도중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구미|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이선구 감독, 서브리시브 강조 적중
1·2차전 패배 딛고 다시 비상의 날개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GS칼텍스 이선구 감독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서브리시브였다.
1959년 서브의 블로킹을 규제하는 새로운 룰이 나오면서 배구는 이전과는 다른 배구가 됐다. 서브는 상대를 제압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속공을 위주로 하는 아기자기한 동양배구는 힘을 앞세운 서양배구에 밀렸다.
상대의 서브를 잘 받아서 세터에서 정확하게 올려줘야 가능한 세트플레이는 스파이크서브, 플로터서브의 공격에 확률이 점점 떨어졌다. 그래서 현대배구는 서브리시브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됐다. 리시브에서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올라오느냐가 경기의 승패를 갈랐다.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은 기업은행 윤혜숙과 GS칼텍스 한송이의 서브리시브에 따라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고 봤던 이유였다. 두 팀은 1,2차전에서 집중적으로 두 선수에게 서브를 집중했다.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어야하는 배구의 속성상 어쩔 수 없었다.
결과는 1,2차전 기업은행의 승리였다. 윤혜숙은 GS칼텍스의 서브를 잘 받아냈다. 이정철 감독도 2연승 뒤 “윤혜숙이 상대 서브공격을 잘 버텨준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했다.
반면 이선구 감독은 답답했다. 1차전에서 13득점으로 기대치를 밑돌던 한송이가 2차전에서도 9득점으로 주저앉은 것이 아팠다. 한송이는 상대의 집요한 서브공격에 흔들려 2세트에는 무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뒤 인터뷰 때도 한송이를 향한 상대의 목적타 서브는 화제였다.
이선구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리그의 다섯 팀 뿐 만 아니라 국제대회에 나가면 모든 선수들이 한송이를 상대로 서브를 넣는다. 차분하고 눈물 많은 선수인데 그래도 피하지 않고 도전하는 그 성격과 태도는 높이 평가한다. 서브리시브를 실패해도 훌훌 털어버리고 리베로 나현정에게 자신이 서브를 부담하겠다고 대드는 모습을 칭찬해주고 싶다.”
혹시 서브리시브로 기죽을지 모르는 선수를 배려하는 감독의 애정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이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서브리시브를 향상시킬 비책을 묻자 선문답 같은 말을 했다.
“서브리시브는 자신감과 근성이 필요하다. 여전사(女戰士) 같은 기질이 필요한데 우리 선수들은 다 착한 며느리 성격이어서 약점이다. 예전에는 독기를 기르기 위해 심야에도 훈련을 심하게 했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반복훈련으로 실수를 줄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스포츠의 기본은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 GS칼텍스의 화두는 바로 이것이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패배에 대한 두려움과의 전쟁.
구미 l 김종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