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토크] 차두리 “공격수? 수비만 할래요” 최용수 “골키퍼 빼고 다 시킬거야”

입력 2013-03-2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차두리·최용수 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차두리·최용수 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차두리, FC서울 공식 입단

차두리(33)가 진짜 ‘FC서울 맨’이 됐다. 검붉은 줄무늬가 선명한 팀 트레이닝복이 잘 어울렸다. 차두리의 공식 입단 기자회견이 열린 27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는 엄청난 숫자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협소한 인터뷰 룸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말 열릴 경남FC전을 위한 미디어데이를 겸해 열렸지만 메인 행사는 차두리였다. 곁에 자리한 서울 최용수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여느 인터뷰와 다를 바 없었지만 풍겨진 유쾌함은 마치 한 편의 스포츠 토크쇼를 보는 듯 했다. 거의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을 바탕으로 최 감독과 차두리의 사제토크 형식으로 꾸몄다.


차두리가 최용수감독에게

형이라 하다 감독님 부르려니 어색해요
감독님 실력평가는 시즌 뒤 기대하시길
김남일·설기현…왕년 형들과 격돌 두근

최용수감독이 차두리에게

차범근 선배가 못다 이루신 꿈 기대하마
FC서울 선택한 건 네 최적의 선택이야
친해도 편애 없다…스스로 채찍질하길


○선후배


차두리(이하 차)
: 최근 석 달은 인생의 기로였죠. 계속 축구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독일에서 책가방을 멘 학생처럼 지내고 있었죠. 지하철도 타고, 평범하게. 그 때 연락이 왔어요. 독일에 있는 많은 지인들이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한 두 명도 아니라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 오게 됐죠.”


최용수(이하 최) : 난 어릴 적 차범근 선배님의 모습을 보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워나갔지. 한국 축구의 정말 큰 어른이고, 사제지간으로 각별한 정도 쌓았지. 이제 네가 차 선배님이 못다 이루신 한국 무대에서의 새 장을 이뤄내길 기대할게.


: 이번에 가족들의 조언은 전혀 없었어요. 아버지도 그렇고요. 전부 제가 결정했고, 선택했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실 수는 있지만 결국 모든 결정은 본인이 내려야 하니. 저도 경험도 조금 쌓였고. 사실 제가 서울과 계약하려고 귀국한 날에도 부모님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너 왜 왔니’라면서.


: 전력 상승을 위해 널 뽑았어. 구단, 팀 여러 부분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실력이 우선이야.


: 그나저나 호칭부터 어렵네요. 항상 형이라고만 부르다 갑자기 감독님으로 바꿔야하니 혼란스러운데요(둘은 2002한일월드컵 당시 룸메이트로 지냈다).


○스토리


: 두리 넌, 해피 바이러스야. 항상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지. 사실 네가 진로를 놓고 고민한다는 걸 모르는 바도 아니었지. 정말 신중하게 접근했는데, 실보다 득이 훨씬 많을 거란 판단을 했다. 최선, 최적의 선택이야.


: 며칠 훈련하면서 아직 몸을 만들고 있어요. 다들 관심을 보이시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거예요. 언제 컨디션이 정점에 다다를지 감을 잡지 못하고요.


: 팬들이 원하는 한 편의 스토리를 엮어낼 만한 재목 아니냐.


: 사실 전 여기서 수비수만 하고 싶어요. 공격수? 전혀 관심 없는데요.


: 포지션까지 네가 정하면 안 되지. 내가 감독이니까 내가 정해줄래. 골키퍼만 제외하고 모든 포지션에 투입할 수도 있어(웃음). 여기서 생존하려면 2개 포지션 이상 해야지.


○라이벌 수원


: 친한 후배인 (정)대세가 수원 삼성에 갔을 때 전 철저히 제3자의 입장에서 조언했죠. 서울에 제가 올 것이란 생각은 못 했고. 다만 선 굵은 축구를 하는 스타일이 너와 잘 맞을 거란 조언은 했어요. 사실 서울은 좀 예쁘게 볼을 차잖아요.


: 국내 무대가 기술보다는 다소 거친 스타일이긴 하지. 그래도 경험 많고 스타성도 갖춘 네가 있으니 큰 힘이 될 것 같은데.


: 대세가 앞서 푸마코리아 후원 조인식에서 ‘나와 정면 승부하겠다’고 했고, 또 ‘문자를 보냈더니 죄다 무시하더라’고 했는데. 전 서울이 수원 이길 때까지 계속 문자를 주고받지 않을 겁니다. 아, 또 하나. 저희 팀 최대 강점은 감독이 좋다는 거죠.


○월드컵


: 룸메이트 시절 기억하죠? 전 늘 감독님 컨디션 조절을 위해 애썼죠(웃음). 카리스마는 예전 선수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요. 어떤 스타일인지. 6개월쯤? 아니, 시즌 끝난 뒤 아주 상세하게 평가해 드리죠.


: 넌 자주 그라운드를 밟았잖아. 왜 여기서 그런 말을….


: 그나저나 시간 참 빠르네요. 2002년 멤버들이 죄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돼 가네요. 은퇴를 고민하고, 또 다른 인생을 찾고. 안 그래도 좀 전에 팀 동료 (최)태욱이와 그 얘길 했더니 자긴 2∼3년 더 뛰겠다던데. (김)남일이 형, (설)기현이 형 등 좋은 시절을 함께 보냈던 왕년의 형들과 격돌도 기대되죠. 그리고 (이)동국이 형과는 꼭 경기 후에 유니폼을 교환하고 싶어요. 축구를 하는 동안은 월드컵 출전도 계속 꿈을 이어갈래요.


: 기회는 공정하게 부여한다. 투입 시기도 몰라. 계속 스스로 채찍질 해줘.

구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