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대륙이 케이팝 열기로 더 뜨거워졌다. 브라질에서 케이팝 가수의 앨범을 판매하는 유일한 매장 ‘리브라리아 쿨트라’에서 팬들이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2NE1 등의 앨범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상파울루(브라질)|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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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엔 케이팝 앨범 별도 진열대
한장당 10만원 불구 매달 30장씩 팔려
총영사관 “한국기업까지 덩달아 호감”
명문 상파울루대학엔 한국어과 개설도
‘삼바의 나라’ 브라질 그리고 남미 대륙이 케이팝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룹 JYJ가 지난해 3월 칠레 공연으로 남미에 케이팝 깃발을 처음 꽂은 후 현지는 현재 ‘케이팝앓이’ 중이다. 케이팝은 현지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까지 높이고 있다. 남미 대륙에 몰아친 케이팝 열풍을 브라질 현지에서 전한다.
● “케이팝 통해 한국 고유의 언니·오빠 문화도 배워”
20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중심가 파울리스타의 ‘리브라리아 쿨트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서점으로 규모는 그보다 5배나 더 크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2층 한 코너에서 한 남자가 슈퍼주니어의 앨범을 구매하고, 또래 친구들은 앨범 구경에 한창이다. 책상 크기 만한 진열대에는 소녀시대 빅뱅 포미닛 엠블랙 등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앨범 100여 장이 놓여 있다. 해당 코너를 담당하는 바르치라(28세)씨는 “1년 6개월 전부터 한국 가수들의 앨범 문의가 많아 코너를 마련하게 됐다. 비싼 가격에도 매달 30여 장씩 팔린다”고 말했다.
브라질 최대 케이팝 커뮤니티 사이트인 ‘사랑인가요(sarangingayo.com.br)’는 회원수만 1만5000명, 하루 평균 9000∼9500명이 방문한다. 사이트 운영자인 브라질 교포 2세 박나탈리아 씨는 “케이팝은 마치 껌처럼 씹으면 씹을수록 ‘착착’ 달라붙는 맛이 있다”고 했다.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플래시몹을 하거나 문화센터에서 춤 연습을 한다. 한국어와 한글 공부는 기본이다.
박 씨는 “지금 남미는 케이팝을 알아가는 단계를 넘어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한다”며 “케이팝 가수들은 뚜렷한 자기만의 색깔을 지녀 남미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라질에는 언니, 오빠 등 선후배의 정서가 별로 없다. 하지만 케이팝 가수들을 통해 이런 예절문화를 알게 됐고, ‘한국은 예의바른 나라’로 통한다”고 말했다. 또 “케이팝 가수들은 다른 해외 가수들과 달리 인간적인 면모까지 알 수 있어 좋아하는 것을 넘어 존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케이팝, 대기업도 하지못한 ‘국가브랜드’ 제고
브라질에는 현대 삼성 LG 등 대기업이 진출해 있다. 하지만 이들도 아직까지 브라질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그 역동적인 바람을 케이팝 가수들이 몰고 왔다.
상파울루 총영사관 박상식 총영사(55)는 “브라질은 케이팝으로 떠들썩하다. 지난주 쿠리티바(UN 선정 환경생태도시)에 다녀왔는데, 한반도 긴장 문제로 한국을 외면할 줄 알았다. 하지만 슈퍼주니어를 포함해 케이팝 관련 행사가 브라질에서 자주 열린다고 설명했더니 관심을 쏟더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케이팝으로 인해 브라질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이 한글 배우기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남미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브라질 상파울루대학에 처음으로 한국어과가 개설됐다.
박 총영사는 “일본이 스시 등 음식으로 브라질 입맛을 점령했다면, 한국에는 케이팝이 있다”면서 “중남미에 케이팝 가수들이 한 번 다녀가면 그 효과가 엄청나고, 이 곳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이 곳에서 ‘코리아’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지는 못했는데, 케이팝 가수들이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 “좀 더 체계적인 시장조사를”
하지만 브라질 등 남미는 우리와는 2만km, 비행기 시간만 꼬박 25시간이 걸리는 먼 곳이다. 그렇다보니 쉽게 자주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방문이 가능하다. 또 아직까지 정식으로 케이팝 관련 상품이 수입되지 않아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게다가 현재 브라질에서 유통되는 케이팝 관련 상품은 거의 모두 가짜다.
케이팝 가수의 앨범을 판매하는 유일한 매장인 ‘리브라리아 쿨트라’에서 음반 판매가는 1장당 10만 원가량. 한 개인 사업자가 한국에서 앨범을 구입해 서점에 파는 것이어서 가격이 비싸다. 브라질의 최저 임금이 40만 원선이니 쉽게 구입할 수도 없다. 박나탈리아 씨는 “앨범 구하기가 가장 어렵다”며 “구한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 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좀 더 체계적인 시장 공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관계자의 말이 울림을 줬다.
상파울루(브라질)|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