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한화 김태균(왼쪽)과 SK 정근우가 26일 문학구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팀의 주장이면서 간판타자인 둘은 시즌 초반 부진에 빠져있는 팀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한화 김태균
위기의 한화 공격 실마리 찾기
장거리 타법서 노스텝 타격 U턴
“폼 수정 보다 팀” 캡틴 리더십
SK 정근우
FA해 건네받은 무거운 캡틴 완장
도루하다 중지 타박상 악재 불구
아픈 손 부여잡고 선발출장 투혼
오릭스 이대호(31), 신시내티 추신수(31) 등 1982년생 타자들이 야구종주국인 일본과 미국에서 맹활약중이다. 한국리그에도 실력, 스타성, 성격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82년생 콤비가 있다. 팀의 주축선수이자 국가대표 단골손님인 한화 김태균(31), SK 정근우(31)다. 서로를 가장 웃긴 선수로 꼽을 정도로 ‘절친’인 둘은 올해 나란히 팀의 리더로 뽑혔다. 주장은 팀 성적이 나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선수단을 이끌기 위해서는 개인성적까지 좋아야하는 중책. 게다가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않은 팀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까지 꼭 닮아있는 두 주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화 김태균=팀 위한 노스텝 타격 다시
한화 김태균은 올 시즌 장타와 타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타격왕(0.363)을 거머쥐었지만 팀을 위해서는 단타보다 ‘타점을 올릴 수 있는 장타(홈런)’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타구를 멀리 보내기 위해 기존 ‘노스텝(노스트라이드) 타격’ 대신 다리를 들고 치는 타격을 새롭게 시도했다. 다리를 들면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장타를 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체를 고정시켜놓고 상체의 힘으로 방망이를 휘둘러야 하는 노스텝 타격은 체력소모가 심해 ‘선수 김태균’의 미래만 보면 더 이득이다.
그러나 김태균은 개막 후 몇 경기가 지나지 않아 다시 노스텝 타격을 시작했다. “팀을 위해서”였다. 타자가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타격폼을 수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연습도 많이 해야 하지만 실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익숙해져야 한다. 그도 “다리를 들고 치는 타격이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라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도 팀이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김태균은 팀이 연패에 빠지자 공격의 실마리를 어떻게든 풀어보려 원래 노스텝 타격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호쾌한 홈런포가 가동됐고 16일 대전 NC전에서 팀의 시즌 첫 승, 내친 김에 시즌 첫 스윕을 이끌었다. 그 뒤에는 ‘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 주장의 희생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물론 타격폼 수정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김태균은 “천천히 조금씩 준비하겠다”고 했지만 대신 전제를 붙였다. 그는 “지금 내 개인타격을 실험해볼 상황이 아니다”며 “팀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겠다”고 고삐를 바짝 조였다.
○SK 정근우=완장 무게, 부상 투혼 불사
SK 정근우는 올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박정권(32)에게 완장을 건네받았다. 선수 개인의 야구인생이 걸린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해, 캡틴이 된 것이다. 개인과 팀 성적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부담은 성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근우는 25일까지 16경기에 나가 타율 0.255(55타수 14안타)의 다소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5타수 3안타(2홈런) 4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도루를 하다 오른 중지에 타박상을 입어 25일 경기에 결장했다. 26일 한화전이 열리는 문학구장. 정근우의 손가락은 퉁퉁 부어있었다. 그는 “그나마 이 정도인 게 다행”이라며 웃어보였지만 손가락은 예민하기 때문에 타격할 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쉴 수 없었다. 아픈 손을 부여잡고 26일 1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4연패에 빠져있는 팀을 위한 선택이었다. 연패에 빠지며 벤치 분위기가 가라앉은 선수단을 향해서는 “재미있게 야구하자”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정근우는 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어쩔 수 없다. 팀이 안 좋기 때문에 나라도 경기에 나가 뛰어야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부상도 막지 못하는 주장의 책임감이다.
문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