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비(29)가 ‘컴퓨터 퍼팅’의 힘으로 미 LPGA 투어 노스텍사스 슛아웃(총상금 130만 달러)에서 시즌 3승째를 거뒀다.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시간씩을 퍼트 연습에 매달렸던 집념이 결국 ‘골프 여제 등극’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했다. 스포츠동아DB
1. 마음의 안정
지난해 에비앙 우승컵이 터닝 포인트
승부처에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 변신
2. 컴퓨터 퍼팅
퍼팅 연습 올인…자신만의 감각 찾아
작은 변화에도 예민…3년된 퍼터 고집
‘새 골프여제’ 박인비(25)가 미 LPGA 투어 노스텍사스 슛아웃(총상금 130만 달러)에서 시즌 3승에 성공했다.
박인비는 2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주 어빙의 라스 콜리나스 골프장(파71·641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를 치며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12언더파 272타)를 1타 차로 꺾고 우승했다. 2월 혼다 타일랜드에 이어 4월 초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우승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우승으로 ‘여제’의 자리를 장기집권 할 수 있게 됐다. 상승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어머니 김성자(51) 씨의 말을 들어봤다.
첫 번째 원동력은 ‘안정’이다. 김 씨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부진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진 탈출을 위해 안 해본 게 없다. 멘탈 트레이닝도 받고 스윙 교정도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4년의 시간은 길었다. 다른 선수들의 우승을 지켜보는 건 힘든 일이었다. 골프를 그만둘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참고 기다린 끝에 2012년 다시 정상에 섰다.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4년 공백을 깼다. 그 우승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김 씨는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는데 그 우승으로 모든 걱정을 덜어냈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뒤로는 성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안정은 여유가 됐고,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이 됐다.
두 번째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퍼팅’이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 ‘컴퓨터 퍼팅’으로 통한다. 신기하게도 ‘컴퓨터 퍼팅’은 오로지 ‘감각’에만 의존한다. 어울리지 않지만 정교함이 송곳같다.
처음부터 퍼팅을 잘했던 건 아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떨어져 퍼팅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었던 게 ‘컴퓨터 퍼팅’으로 이어졌다. 김 씨는 “샷이 잘 되지 않다보니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선 쇼트게임과 퍼팅밖에 없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퍼팅 연습만 했다. 그런 과정 끝에 결국 자신만의 퍼팅 감각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감각적으로 치다보니 퍼터를 선택하는 데도 예민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퍼터는 오디세이의 화이트 아이스 세이버투스라는 제품이다. 이 퍼터는 2010년 출시됐다. 지금은 단종됐다. 3년 된 퍼터를 지금까지 쓰고 있다. 오래된 퍼터를 새 퍼터로 바꾸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감각에 의존하다보니 아주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다. 김 씨는 “그 동안 퍼터를 몇 개나 바꿨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아마 수십 개는 됐을 것 같다”면서 “똑 같은 제품의 새 퍼터를 가져와도 쳐보면 감각이 달라 사용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오래된 퍼터를 그냥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지 한 장 차인 프로의 세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건 결국 퍼팅이다. 승부처에서 성공 여부에 따라 우승이 갈린다. 지금은 박인비의 퍼팅 감각이 최고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