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이용, 고2때까지 ‘최전방’…세트피스땐 공격수

입력 2013-05-0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제주 수비수 이용(오른쪽)이 5일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울산전에서 세련된 발 기술로 2골을 넣으며 10라운드 MVP에 뽑혔다. 울산전에서 골 세리머니하는 모습.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 제주의 ‘골넣는 수비수’

울산전 멀티골…10R 최우수선수에
187cm 다부진 체격·볼 센스도 탁월
“주전경쟁 살아남아 팀 우승에 보탬”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전화기 너머로 가수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벚꽃엔딩’이 울려 퍼졌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중앙수비수 이용(24)은 흥겨운 노래가사만큼 최고의 봄날을 만끽하고 있다.

이용은 5일 울산현대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0라운드 홈경기에서 2골을 뽑아내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중앙수비수의 멀티골이라 더 주목 받았다. 이용은 2011년 광주FC에 입단한 뒤 올 시즌 제주로 이적했다. 많이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동명이인인 울산의 오른쪽 수비수 이용(26)과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제주의 이용이 대세다. 그는 프로연맹이 선정하는 10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다들 기사 보고 전화 주셨어요. 생각지도 않던 일반 친구들도 다 연락이 오고….” 아쉽게도 부모님은 직접 경기를 못 봤다. 원래는 오기로 해 이용이 숙소까지 예악해 놨는데 휴가철이라 비행기가 만석이었다. 대신 부모님은 전화로 아들에게 아낌없는 축하인사를 건넸다.


○예전 그 느낌 살려

중앙수비수 득점 대부분은 세트피스에 이은 헤딩이다. 이용의 2골도 코너킥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둘 다 머리가 아닌 발이었다. 첫 골은 볼이 페널티 박스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순간 절묘한 침투로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으며 만들었고, 두 번째 골은 감각적으로 방향을 돌려놨다. 수비수의 골치고는 세련됐다. 비결이 있었다. 이용은 공격수 출신이다. 줄곧 최전방공격수를 보다가 고교 3학년을 앞두고 수비수로 변신했다. 태성고 이종화 감독의 권유였다.

“공격보다 수비에서 대성할 자질이 있다고 하셨죠. 고2때 가끔 수비를 본 적도 있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무엇보다 감독님을 가장 믿었죠. 감독님께서 ‘공격수 계속하면 축구 오래 하기 힘들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게 정답이죠. 하하.”

대학시절에도 후반 막판 팀이 뒤질 때 가끔 공격수로 투입돼 득점을 올렸다. 이런 경험이 울산전에서 고스란히 발끝에 전해졌다.

“첫 골을 왼발 아웃사이드로 찰 때요, 이건 선수들만 아는 건데, 공격수 때 느낌이 딱 왔어요.”

이 덕분인지 이용은 187cm의 당당한 체격에도 볼 센스나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뛰어나다. 수비수로서는 큰 자산이다.


○선의의 경쟁으로

포백 중앙수비수는 다른 어떤 포지션보다 호흡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제주는 행복하다. 중앙수비 자원들이 모두 깊은 인연을 가졌다. 부상에서 회복해 복귀를 앞둔 홍정호는 이용의 1년 후배. 둘은 2008U-19 아시아챔피언십 조별예선 때 대표팀 콤비였다. 당시 주장이었던 이용이 홍정호에게 완장을 물려주기도 했다. 또 이용은 오반석과는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팀 내에서 가장 친한 사이다. 제주 박경훈 감독은 이용과 홍정호, 오반석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용의 당면 목표는 올 시즌 부상 없이 20경기 이상 출전하는 것이다. 그는 2011년 말, 무릎 수술을 받고 6개월을 쉬며 그라운드에서 뛰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절실히 깨달았다. “주전경쟁에서 살아남아 꾸준히 경기에 뛰고 팀 우승에 보탬이 돼야죠. 부상은 정말 싫습니다.”


○이용?


생년월일 : 1989년 1월21일

포지션 : 중앙수비수

신장/체중 : 187cm/76kg

학력 : 문원초-수성중-태성고-고려대

프로경력 : 광주FC(2011, 2012) 제주 유나이티드 (2013∼) 현재 54경기 3골1도움

대표경력 : 2008 U-19 아시아챔피언십 지역예선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