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승패 결정 짓는 ‘수비의 경제학’

입력 2013-05-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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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즌연속 우승 삼성화재 신치용감독
“공격 승리 보장 못해…열쇠는 수비다”
모비스에 4연패 SK, 수비 무너져 자멸
송은범 잡은 SUN도 수비 중요성 무게


전투에서 기본은 먼저 우리 쪽을 튼튼히 지키고 나서 공격하는 것이다. 바둑 용어로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마오저뚱이 전투 때 자주 썼다고 한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비가 강한 팀이 강팀이다. 그러나 수비는 평소 빛이 나지 않는다. 중요한 경기에서야 그 중요성이 드러난다. 팬들이 수비 가치를 잘 모르는 이유다.

6시즌 연속 프로배구 V리그를 재패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버티기를 자주 말한다. 큰 경기는 양 팀이 겨루는 힘과 힘의 대결인데 어려울 때 잘 버티는 팀이 강팀이라는 것이다. 버티면 상대팀이 스스로 무너진다고 했다. 삼성화재는 다른 팀 보다 수비가 탄탄한 것으로 유명하다. 비시즌 때는 물론 시즌 때도 가장 많이 하는 훈련이 수비훈련이다. “수비훈련은 시키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지겹다. 그래서 많은 팀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배구의 기본은 수비다. 화려한 공격은 멋있게 보이지만 승리를 보장하지는 못한다.”(신치용)

창단 2년 만에 정상에 선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도 “배구는 득점보다는 실점의 경기”라고 했다. 이 감독은 멋진 스파이크로 점수를 내는 배구에 익숙하던 어린 선수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기억했다. 4월21일 일본 센다이에서 벌어진 한일톱매치 때 드러난 한국배구와 일본배구의 차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수비능력과 블로킹이었다. 선수의 신장과는 상관없었다.

이번 시즌 리그 선두를 내달렸던 프로농구 SK나이츠가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 모비스에 4연패로 무너진 것은 철벽을 자랑하던 SK의 드롭존 수비가 현대 모비스의 공격에 뚫린 탓이었다. 프로농구에 새바람을 몰고 오려던 젊은 감독 문경은에게는 뼈아픈 결과였다.

묘하게도 우리 프로축구는 수비 잘하는 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모든 감독들이 자기 팀의 축구를 말할 때 공격축구를 말하지만 수비축구를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 팬들에게는 ‘수비축구=수준 낮은, 재미없는 축구’라는 이상한 등식이 머리 속에 심어져 있어서다. 언제부터 그런 편견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을 깨기가 쉽지 않다.

6일 프로야구에서 빅뉴스가 나왔다. 2009시즌 MVP 김상현(KIA)과 시즌 뒤 FA가 되는 송은범(SK)을 포함한 2-2 맞트레이드가 있었다. 두 팀은 홈런타자와 불펜 에이스를 교체했다.

관심이 가는 것은 두 감독의 판단이다. 투수출신 KIA 선동열 감독은 이번 시즌 강력한 공격으로 선두권을 달리고 있지만 불안한 마무리에 대한 아쉬움을 항상 드러냈다. SK는 그동안 김성근 감독이 닦아놓은 수준 높은 수비로 리그를 제패해왔으나 이만수 감독이 부임한 이후 포인트가 공격으로 옮겨가고 있다. 포수 출신 이만수 감독은 타선의 힘으로 위기를 넘겨보겠다는 생각인 듯 하다. 두 사람 가운데 누가 옳은 판단을 내렸는지 시즌 뒤 결과가 말해줄 것 같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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