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맹이 K리그 출범 30주년을 맞아 ‘역대 레전드 베스트11’을 정하고 있다. 30%가 반영된 인터넷 투표에서 2002 한일월드컵 멤버 8명이 포함되며 레전드 선정 작업이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인기투표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스포츠동아DB
팬투표 결과, 홍명보 10만2189표 전체 1위
하석주 서정원 고종수 뺀 8명 한일월드컵 주역
김도훈 샤샤 등 중하위권…전문가 투표 남아
프로축구연맹은 올해 출범 30주년을 기념해 ‘K리그 역대 레전드 베스트11’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과거 K리그에서 뛰었던 은퇴선수 2148명을 대상으로 했고 3번에 걸친 후보선정위원회를 통해 44명(골키퍼4 수비수16 미드필더16 공격수8)의 최종후보를 가려냈다.
5월7일부터 19일까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진행된 팬 투표 결과 10만2189표 중 수비수 홍명보가 9만7450표를 얻어 전체 1위에 올랐다. 골키퍼 이운재(6만3178), 수비수 김태영(7만9955)과 최진철(7만9028), 하석주(5만3853) 미드필더 유상철(7만1120), 서정원(6만2599), 고종수(5만4444), 송종국(5만3371) 공격수 황선홍(7만1152)과 안정환(5만3586)이 팬들이 뽑은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하석주와 서정원, 고종수를 뺀 8명 모두 2002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이다. 물론 이들도 K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레전드가 뭔가. 전설, 말 그대로 K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을 뽑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K리그 최초 60-60클럽 가입자인 신태용(미드필더 8위), ‘가물치’ 김현석(미드필더 10위), 이동국 이전에 역대 최다득점 보유자였던 우성용(공격수 8위), ‘폭격기’ 김도훈(공격수 6위),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 샤사(공격수 3위) 등은 중하위권으로 밀렸다.
팬들이 뽑은 게 ‘2002한일월드컵 베스트11’인지 ‘K리그 베스트11’인지 헷갈릴 정도다.
월드컵 4강이 축구 팬들에게 아직도 얼마나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것이 바로 30년이나 된 K리그를 보는 팬들의 시선이고 잣대다. 연맹 관계자는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는 연령층의 팬 성향에 맞는 결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것이 레전드 선정 작업의 끝은 아니다. 연맹은 팬 투표(30%) 외에 축구인(40%)과 언론(30%)의 의견도 합산한다. 프로야구도 2011년에 30주년 기념 ‘베스트10’을 선정하면서 야구인(40%)과 언론(30%), 팬(30%)의 의견을 두루 살폈다. 팬 투표에서는 양준혁이 1위, 야구인에서는 한대화가 1위, 언론에서는 이만수가 1위였다. 전체 1위는 이만수.
같은 레전드를 뽑는데 보는 시각은 이렇듯 모두 달랐다. 축구인과 언론은 ‘K리그 레전드 베스트11’을 뽑으며 과연 어떤 선수의 손을 들어줄까. 최종 결과가 궁금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