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남 양형모입니다] 배꼽 조심! 이보다 웃긴 뮤지컬 있으면 나와봐

입력 2013-05-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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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팸어랏’은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등 유명 뮤지컬 패러디가 대거 등장한다. 특히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가 직접 등장해 눈길을 끈다.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했던 윤영석(왼쪽)과 신의정. 사진제공|OD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스팸어랏’은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등 유명 뮤지컬 패러디가 대거 등장한다. 특히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가 직접 등장해 눈길을 끈다.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했던 윤영석(왼쪽)과 신의정. 사진제공|OD뮤지컬컴퍼니

공·소·남(공연 소개팅 시켜주는 남자) 양형모입니다

■ 뮤지컬 ‘스팸어랏’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코믹하게 재구성
랜슬럿역 정상훈 최강의 개그 감각 폭소
‘팬텀’ 윤영석의 연기변신도 관전 포인트
유명 뮤지컬들 패러디 장면도 재미 쏠쏠

행복하면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야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다. 꼭 맞는 말은 아니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웃으면 행복해진다. 게다가 건강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웃긴 뮤지컬’이라는, 어찌 보면 오만하기까지 한 뮤지컬이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를 발칵 뒤집어 놓은 뮤지컬이란다. 이 작품의 제목은 ‘스팸어랏’(Spamalot).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9월부터 3개월간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초연했다. 2011년 제17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베스트 외국뮤지컬상을 받았다.


●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벌이는 굴욕의 모험담

‘스팸어랏’의 스토리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영국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현명하지는 못하지만 의지는 강한 대영제국의 왕(이라고는 하나 갖고 있는 건 자작왕관과 검 한 자루 뿐이다) 아더(서영주·정준하 분)가 원탁의 기사들을 모아 성배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왕이 시원치 않은데 기사들이 유능할 리 없다. 지나치게 용감하기만 한 랜슬럿(정상훈 분), 반대로 적이 나타나면 변을 지리고 마는 겁쟁이 로빈(조형균 분), 귀족들이 변을 보면 뒤를 닦아주는 일을 하던 갈라하드(윤영석·고은성 분), 뚱뚱한 데다 스컹크처럼 늘 악취를 풍기는 베데베르(이훈진 분) 등이 원탁에 둘러앉은 인물들이다. 여기에 이 작품에서 유일한 여자배우인 호수의 여인(이영미·신의정 분)이 등장해 천박에서 초절정 섹시까지 변화무쌍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런데 천하의 발칙하고 웃긴 뮤지컬 ‘스팸어랏’의 중심에는 아더왕이 아닌 랜슬럿경이 있다. 대한민국 뮤지컬배우 중 최강의 코미디 감각을 자랑하는 정상훈이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랜슬럿경을 맡았다. 다른 배우들도 그렇지만 정상훈은 랜슬럿경 외에도 다양한 역을 맡아 시시때때로 무대에 등장한다.

‘빙글빙글 숲’을 지키는 ‘니의 기사들’의 대장으로 나올 때는 그야말로 관객들이 떼굴떼굴 굴러다니게 된다. 말끝마다 “니∼”를 후렴구처럼 붙이는 니의 기사대장은 아더에게 임무를 주며 “성공하지 못하면 평생 숲에 갇혀 ‘니∼’를 들을 줄 알라”고 협박한다. 그리고 그 임무란 것이 “(숲에서 절대 구할 수 없으리라 여긴) 스팸 마일드를 구해오라”는 것이었다. 웃기지 않은가. 관객들은 뒤집어졌다.


● “이전 작품은 잊어라” 배우들의 코믹 연기변신

‘오페라의 유령’에서 주인공 팬텀으로 카리스마의 극치를 보여 주었던 윤영석의 변신도 놀랍다. 분노와 질투로 이글거리며 크리스틴을 노려보던 그의 명품눈빛이 ‘스팸어랏’에서는 관객에게 매우 큰 웃음을 선사한다. 그저 멀뚱하고 크기만 한 눈만 보고 있어도 재미있다.

‘스팸어랏’에는 유명 뮤지컬 작품들의 패러디가 대거 등장한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조로’, ‘캣츠’, ‘미스사이공’, ‘맨오브라만차’ 등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들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직접 패러디에 나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팬텀이 크리스틴을 데리고 지하호수를 보트로 건너는 패러디 장면에 실제로 팬텀을 맡았던 윤영석이 등장하는 식이다. 원탁의 기사를 모집하는 자리에 뜬금없이 돈키호테가 갑옷차림으로 나타난다. 면박을 당한 돈키호테가 나가며 “가자, 산초!”하고 외치자 원탁의 기사 중 베데베르경이 “네! 주인님!”하고 따라 나간다. 베데베르경의 이훈진은 ‘맨오브라만차’에서 산초 역을 맡았었다.

“공연을 보러 가겠다”고 하니 한 출연배우가 “오실 때는 뇌를 빼놓고 오세요”라고 했다. 그 말이 맞다. ‘스팸어랏’은 생각하며 보는 뮤지컬이 아니다. 이것저것 따지고 드는 순간 웃음은 훌쩍 저만치 멀어져 버린다. 뮤지컬도 식품도, 스팸은 스팸일 뿐이다.


■ 양기자의 내 맘대로 평점


감동 ★☆☆☆ (글쎄 감동을 원한다면 다른 작품 보겠지.)

웃음 ★★★★ (천하의 발칙하고 웃기려고 작정한 뮤지컬.)

음악 ★★★☆ (서너 개 넘버들의 음악은 가슴에 콕.)

무대 ★★★☆ (크게 화려하진 않지만 많은 변화가 인상적.)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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