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한화 이학준, 10년만에 첫 홈런, 그것은 절박함이다

입력 2013-07-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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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학준(오른쪽)이 6일 대전 SK전에서 데뷔 10년 만에 첫 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일반인보다 체력소모가 크고 쉽게 피로를 느끼는 갑상선 질환을 훈련으로 이겨낸 결실이었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이학준(오른쪽)이 6일 대전 SK전에서 데뷔 10년 만에 첫 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일반인보다 체력소모가 크고 쉽게 피로를 느끼는 갑상선 질환을 훈련으로 이겨낸 결실이었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LG 입단→2군→경찰청→의병제대→한화행
갑상선 기능 항진증 딛고 10년만에 꿰찬 1군
“할수록 어려운 야구, 그러나 너무 잘하고 싶다”


한화 이학준(28)은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앓고 있다. 갑상선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돼 일반인보다 체력소모가 크고 쉽게 피로를 느낀다. 활동량이 많은 야구선수에게는 가혹한 병. 그러나 그는 가장 먼저 운동장에 나와 펑고를 받고, 특타(특별타격훈련)를 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그라운드 위에서 몸을 내던진다. 6일 대전 SK전에선 데뷔 첫 홈런을 날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작 본인은 “데뷔 10년차에 솔직히 좀 창피하다”며 머리를 긁적였지만, 야구를 잘하고 싶은 절박함이 만들어낸 산물이기에 단순한 1홈런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 지병을 뛰어넘은 악바리 근성

이학준은 2004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1순위로 LG에 입단했다. 빠른 발을 지닌 유망주였지만, 타격이나 수비에서 2% 부족했다.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2008년 경찰청에 입단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2010년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의병 제대를 했다. LG로 돌아왔지만 설 자리는 없었다. 결국 2011시즌 후 실시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처음에는 오랫동안 몸담은 LG를 떠나 새 팀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이 힘들기만 했다. 심리적 불안은 성적에도 드러났다. 2012년 60경기에 나가 타율 0.195, 4타점. 빠른 발을 이용해 도루 9개를 성공시켰을 뿐이다. 그러나 한화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 이학준을 주목하고 있다. 비록 스프링캠프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정훈 2군 감독의 강력한 추천으로 1군에 올라온 뒤 한층 발전된 기량으로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이)학준이가 우리 팀 선수들 중 실력이 가장 많이 좋아졌다”며 “몸 상태를 아니까 훈련은 동일하게 시키되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라’고 주문하는데, 힘들어서 숨을 몰아쉬면서도 끝까지 포기를 안 한다. 근성이 있다”고 칭찬했다.


● 10년 만에 느낀 절박함

이학준은 악바리처럼 훈련하는 이유에 대해 “형들도 힘들게 운동하는데, 어떻게 내가 쉰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갑상선)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정말 힘들 때는 못하겠다고 말하는데, 웬만해선 다 소화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10년 만에 절박함도 생겼다. 그는 “건방진 생각이었는데, 그동안 야구를 만만하게 본 것 같다”며 “이젠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야구가 너무 어렵지만 잘하고 싶다. 최선을 다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솔직히 선수 중에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하니까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 한화에 왔을 때 낯설고 힘들었는데, 친구 (최)진행이가 많이 도와줬다. 어제(6일) 데뷔 첫 홈런을 쳤을 때도 나보다 더 진행이가 기뻐해주더라. (최)진행이는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이제 나만 잘 하면 된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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