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돌아온 ‘박베라’ 박정배…비결은 無心투구

입력 2013-07-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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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예정된 2013프로야구 SK와 넥센의 경기에서 SK 투수 박정배가 7회초 1사 1,2루때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 문학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11G 방어율 1.76 불펜 에이스로 부활 SK 박정배

넥센전 실투에 선배 박찬호 카톡 조언
“초구처럼 승부” 무심투구 다시 일깨워

방출·재활 시련, 가족의 힘으로 버텼죠
후반기 목표요? 오로지 팀 승리 보탬


“동아줄 타고 내려온 (박)정배(31·SK) 형.” 17일 넥센전을 앞둔 문학구장. SK 김성현(26)은 박정배를 부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박정배의 벼락 활약을 빗댄 말이었다. 박정배는 6월 14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뒤, 한 달간 불펜 에이스 역할을 했다. 11경기에서 1승1패5홀드, 방어율 1.76. 박정배의 등장으로, SK는 드디어 선발과 마무리 박희수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닮은 꼴 외모 때문에 생긴 ‘박베라(박정배+마리아노 리베라)’라는 별명이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 ‘박베라’의 호투 비결은 무심(無心)투구

올 시즌 박정배는 공 끝이 좋아졌고, 포크볼의 각도도 더 예리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막상 본인은 “특별히 기술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단지 마음가짐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전에는 1군 마운드에 설 때마다, 언제 2군으로 내려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타자를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울수록,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올 시즌에는 마음을 비우고 타자를 응시한다. 방출 시련 등으로 바닥까지 떨어져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인드다. 무심의 공은 결국 불꽃이 됐고, 좋은 결과들이 쌓이면서 자신감은 더 커졌다.


● 박찬호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일깨운 자신감

16일 넥센전에서 박정배는 또 한번 좋은 교훈을 얻었다. 6-4로 앞선 8회초 박병호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그전과는 달리 생각이 갑자기 많아졌어요.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산들을 한 거죠. 그러다보니 실투가 나오더라고요.” 경기가 끝난 뒤 핸드폰을 켰다. 박정배의 공주중동초∼공주중∼공주고∼한양대 선배인 박찬호(40)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와있었다. ‘(박병호와의 승부에서) 초구 들어갈 때와 마지막 공을 던질 때가 좀 달라 보이더라. 초구 던질 때처럼 공격적으로 승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것이 요지였다. 박정배가 경기 종료 후 복기했던 내용과 일치하는 대목이었다. ‘레전드’의 메시지는 박정배의 무심투구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 나의 ‘힐링캠프’는 가족!

박정배는 그의 주무기 포크볼만큼이나 굴곡 있는 야구인생을 살았다. 2011년을 끝으로 두산에서 방출된 그는 테스트를 거쳐 SK에 입단했다. 2012시즌 37경기에서 4승3패3홀드, 방어율 3.14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시즌 막판 어깨 부상을 당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했지만, 이후 오랜 기간 재활을 거쳐야 했다. 어려운 시기마다 자신을 지탱해준 가족은 그의 존재이유다. 아내 장희선 씨와 딸 가율(4) 아들 태령(1).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아내가 아이들을 일찍 재워요. 저는 보통 경기 후반에 나오니까, 제가 등판할 때는 주로 애들이 잘 시간이에요. 아이들이 야구선수 아빠를 자랑스러워할 나이가 될 때까지는 야구를 하고 싶은데…. 5년 이상은 더 해야겠죠?(웃음)”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아, 가족은 오랜만에 1박2일 나들이를 떠난다. 가족 속에서 에너지를 충전한 그가 후반기에는 어떤 활약을 할까. 박정배는 “팀이 치고 올라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 후반기 유일한 목표”라며 미소를 지었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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