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포츠든 결과가 좋아야 하는 법. 제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끝이 안 좋으면 인정을 받기 어렵다.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7월 동아시안컵 한일전(1-2 한국 패)에서 잘 싸우고도 제대로 공을 인정받지 못한 것도 그래서다.
특히 저조한 골 결정력은 여론의 지탄을 피할 수 없었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부산 아이파크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7월31일 열린 수원 삼성과 정규리그 20라운드에서 부산은 0-2로 완패했다. 이로써 7승7무6패(승점 28)를 기록한 부산은 8위에 랭크됐다. 7위를 달린 제주 유나이티드가 같은 날 FC서울 원정에서 0-1로 패하면서 격차를 유지했지만 득점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
부산은 수원에 맞서 잘 싸웠다. 볼 점유율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았고, 내용도 비교적 괜찮았다. 특히 0-1로 뒤진 후반 중반 무렵부터 상대를 몰아칠 때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해결사가 없었다. 킥오프 전에 부산 윤성효 감독은 “강 팀을 만나서도 게임 내용이 참 좋지만 찬스를 만드는 빈도에 비해 골 결정력이 떨어진다. 축구 경기를 이기려면 골이 필요하다. 동아시안컵 휴식기 동안에도 공격적인 성향은 유지하되 득점력을 높이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2주는 짧았다. 여전히 2% 부족했다. 무득점 패배로 23득점 22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한 골을 간신히 넘은 셈이다. 골 득실도 +1에 불과하다.
반면 제주는 올 시즌 초반부의 기세가 많이 꺾이긴 했지만 꾸준히 골 맛은 보고 있다. 31골을 넣었고 28실점을 내줬다. 골 득실도 +3이고, 다 득점에서도 부산을 앞선다.
부산은 1차 목표를 상위 스플릿(1~7위) 진입으로 잡았다.
그러나 득점력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1~6위권 팀들과 격차도 넓혀진 가운데 자칫 골 득실과 다 득점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말 21라운드를 합쳐 부산에 남은 기회는 6경기 뿐. 수원에 최소 무승부 이상을 올려야 7위권 진입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던 윤 감독은 결국 고개를 떨궜다.
“부산은 미래를 내다보는 팀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다. 내용을 엉망으로 하고 이기는 것보다 결과는 조금 아쉽더라도 내용이 좋아야 한다”고 비전을 이야기했지만 이도 결국 생존했을 때나 빛을 발할 수 있다. 강등권 탈출이 최대 목표가 될 하위 리그로 가면 지금보다 훨씬 힘겨운 경쟁을 치러야 한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득점력이라면 부산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부산의 다음 상대는 11위 경남FC(4승8무8패·승점 20)이다. 만만치 않은 화력을 자랑한다. 25골(31실점)을 올렸다. 용병 파그너가 퇴장 여파로 출전할 수 없는 부산에 비해 경남은 베스트 멤버들이 총출동할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