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실체…“3억 줄게, 하루 동안 10위 안에 머물게 해줘”

입력 2013-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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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요계 음원 사재기 실체와 향후 파장

듣기 서비스 1분만 넘기면 순위에 반영 ‘악용’
별별 방법 동원…한 ID가 1만번 넘게 재생도
사용 횟수 따라 저작권료 주니 돈놓고 돈먹기
전문업체까지 등장…‘빅4’ 기획사 수사 의뢰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엔터테인먼트 등 4개 기획사가 그동안 공공연한 소문으로만 나돌던 ‘음원 사재기’와 관련해 7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요청한 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8일 근절 대책을 발표해 ‘음원 사재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가요계뿐 아니라 대중문화계 전반에 만만찮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음원 사재기의 실체와 이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현상 그리고 향후 파장 등을 짚는다.


● 1분간 무한반복 듣기로 순위 조작

음원 사재기는 다수의 ID를 확보해 음원 이용권을 대량 매입한 후 특정곡의 차트 순위를 인위적으로 올리려는 행위다. 하나의 ID로 중복해서 내려받기(다운로드)하는 것은 불가능해 듣기(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원 사용 횟수 조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4개 기획사가 문제를 제기한 ‘음원 사재기’는 엄밀히 따지면 ‘스트리밍을 이용한 음원 사용 횟수 조작’을 의미한다.

듣기 서비스는 1분을 넘기면 순위에 반영되기 때문에 1분을 초과할 때까지만 반복적으로 재생시키면 순위 조작이 손쉽다. 구체적으로는 ▲재생 시간을 1분 내외로 해 계속 동일 음원을 재생시키는 방법 ▲음원 플레이어에서 1분 경과 지점을 지정해 자동적으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도록 설정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 ▲수백개 이상의 음원 재생기기에 동일 아이디로 접속한 후 1초 간격을 두고 재생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한 음원 사이트 관계자는 “4분짜리 곡을 24시간 반복 재생한다 해도 최대 스트리밍 횟수는 360회다. 그런데 최근 모니터링 결과 특정 ID로 들은 특정곡 스트리밍 횟수가 1000회를 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1만 건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8일 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하며 “음악차트 순위 조작의 유인을 제거하겠다”며 다운로드 중심의 차트로의 개선, 특정곡에 대해 1일 1아이디 반영 횟수 제한, 짧은 음원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실시간 차트 지양 유도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 사재기로 순위도 올리고, 저작권료도 챙기고

음원 사재기가 만연해지면서 전문업체들까지 생겨났다는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3∼4개의 전문업체가 ‘사재기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세는 대략, 1일간 10위권을 유지시켜주는 데 3억원 안팎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재기는 쉽게 인기곡을 만든다. 사재기에 조작된 차트는 순위제를 부활시킨 TV음악프로그램에 소개돼 가수들의 공정한 순위 경쟁을 막는다. 이에 중소기획사는 “아무리 좋은 노래를 만들어도 사재기 안하면 허사”라는 낭패감,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된다. 콘텐츠의 품질 경쟁보다 부정한 방법으로 수익을 내려는 풍토가 생겨 케이팝 발전에도 심각한 저해 요소다.

사재기는 이렇게 제작자의 건강한 창작의지를 꺾고, 선량한 기획사와 가수들에게 피해를 준다. 5월 저작권법 개정으로 음원 권리자들은 스트리밍 횟수에 비례하는 저작권료를 받게 되면서 사재기로 경제적 이득까지 얻을 수 있다. 돈 많은 기획사 입장에서는 사재기는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다.

문체부는 저작권 사용료 정산과 관련한 음원 사재기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해당될 경우 저작권 사용료 정산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 사재기 근절, 정부 대책보다 자정노력이 중요

국내 많은 기획사는 사재기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우리는 아니다”고 말한다. 4개 기획사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면서 사재기에 연루된 기획사의 실체가 드러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사재기 금지와 제재를 법률로 명시한다는 정부 방침이 나오면서 가요계의 기대도 커진다.

그러나 어느 분야든 완벽한 공정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관련 종사자들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문체부 김기홍 저작권정책관은 “음원 사재기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아 장기적으로 음악산업 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음악산업 종사자가 공동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발적 노력을 당부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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