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7위 다툼중인 부산·성남에 모두 져
부산 아이파크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가 열린 28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 9월 초부터 시작될 스플릿라운드 상위리그(1∼7위) 티켓이 걸린 사실상 승점 6점짜리 경기였다.
급한 쪽은 원정 팀 제주였다. 부산이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2연승과 홈 3연승을 구가한 반면 제주는 2경기 무승(1무1패)이었다. 스코어도 아쉽지만 무기력한 경기 내용이 훨씬 아팠다.
그래서인지 킥오프를 기다리던 제주 박경훈 감독의 얼굴은 어두웠다. 애써 지은 미소에도 그늘이 가득했다. 박 감독은 “질 수도 있지만 실점 후 포기한 건 용서할 수 없었다. 구단, 팬 분들께 너무 죄송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박 감독도 사과를 받았다. 전날(27일) 걸려온 전화의 발신자는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김호곤) 감독님께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1986멕시코월드컵에서 코치-선수로 사제의 연을 맺은 둘은 2000년 부산에서 감독-코치로 한솥밥을 먹고 2004아테네올림픽 8강도 함께 엮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그런데 왜 김 감독이 사과했을까.
사연은 이랬다. 선두권 다툼 중인 울산은 최근 중위권팀인 부산, 성남에 모두 졌다. 공교롭게도 제주와 치열한 7위 다툼을 벌이는 팀들이다. 그에 반해 울산은 지난 달 16일 제주를 4-0으로 완파했으니 한 때 스승으로서 김 감독의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박 감독은 “마음이 무거우셨던 것 같다. 요즘 울산도 힘든데…”라며 덩달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부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