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 사커에세이] 홍정호 독일 진출이 반가운 이유

입력 2013-09-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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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축구는 ‘차붐’ 시대였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공격수 차범근은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 등에서 뛰며 10년간 리그 308경기에 출전해 98골을 기록했다. 아시아 수준을 넘어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한 ‘애국자’였다. 이후 독일무대를 노크한 한국선수들이 줄을 이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분데스리가도 90년대 이후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경쟁 리그에 밀리며 하향세였다.

최근 분데스리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재정 혁신과 유소년 정책의 활성화 등으로 경쟁력을 갖춘 리그로 부상했다. 특히 리그 수준을 가늠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1, 2위인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나란히 챔스리그 결승에 진출해 사상 최초로 분데스리가 팀간 맞대결을 펼쳐 주목 받았다. 힘과 조직력을 앞세운 전차 군단에 스페인 축구의 세밀한 기술이 더해져 막강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요즘 괜히 우쭐해지는 건 한국 선수들의 분데스리가 입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2월드컵 이후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으로 관심을 끈 프리미어리그에 견줄만하다. 국내 팬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독일로 향한다. 독일무대에는 그동안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박주호(마인츠) 등 3명이 뛰었는데, 여기에 홍정호가 가세했다. 홍정호는 1일 아우크스부르크와 2017년 6월까지 4년 계약을 맺었다. 4명 모두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여서 그 위상은 더 높아졌다. 공격수 손흥민의 화려한 골 세리머니, 중원을 휘젓는 구자철의 플레이메이킹, 윙백 박주호의 투지 넘친 오버래핑과 함께 수비의 구심점 역할을 할 홍정호의 든든한 방어벽도 주목거리다.

내가 관심을 갖는 선수는 홍정호다. 2009 U-20월드컵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기량을 인정받은 그는 대인 마크는 물론이고 패싱과 경기조율능력이 뛰어나다. 신체조건(키 1m86, 체중 77kg)도 괜찮다. 리더십도 타고나 ‘제2의 홍명보’로 불린다.

그의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다. 그동안 한국 선수가 도전하기 어려웠던 위치다. 중앙 수비수로 유럽무대에 진출한 경우는 심재원(독일) 강철(스위스) 등이 있지만 인상적이진 못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트라이커, 윙 포워드, 윙 백 등의 도전 자원은 풍부했지만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는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구자철, 기성용(선덜랜드) 등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중앙 미드필더는 길이 열렸다. 이제 남은 건 중앙 수비수다. 이런 희소성 때문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중앙 수비수가 유럽무대에 정착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신체조건은 물론이고 몸싸움과 제공권 확보를 위한 파워,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은 기본이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은 “공격수가 골을 못 넣는 것 보다는 수비수가 실수하는 게 훨씬 더 타격을 받는다. 수비수는 그런 분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야한다. 특히 유럽에는 좋은 공격수가 많아 중앙 수비수는 언제나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창을 무디게 할 견고한 방패가 되어야만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그동안 국내에는 그런 자원이 없었다.

그렇다면 홍정호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김학범 전 강원 감독은 “(홍정호는) 민첩성과 제공권에서 경쟁력이 있다. 한국 수비수들은 유럽 선수에 비해 헤딩력이 좋다”며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그는 “수비 밸런스를 맞추는 능력, 위치선정 등이 관건이다. 동료 수비수와 호흡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성공의 열쇠다”고 조언했다. 팀에 녹아들고 경기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성공시대를 열 수 있다는 진단이다.

도전은 언제나 힘들다. 성공할 보장도 없다. 그러나 도전 없는 인생은 무의미하다. 실패를 두려워말고 힘껏 부딪쳐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유럽무대에 도전장을 낸 홍정호의 건투를 빈다.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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