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전문학원서 딴 면허가 교통사고율 낮춘다

입력 2013-09-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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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소재한 한 운전전문학원의 교육장 전경. 운전전문학원이 배출한 운전면허 취득자의 교통사고율이 비전문학원 출신에 비해 절반 이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계적인 운전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인천에 소재한 한 운전전문학원의 교육장 전경. 운전전문학원이 배출한 운전면허 취득자의 교통사고율이 비전문학원 출신에 비해 절반 이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계적인 운전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7. 운전전문교육은 안전전문교육

비전문학원 출신 사고율의 절반도 안돼
체계적 교육이 양질의 운전자 배출
입증


값싼 사설 불법운전교육, 안전에는 소홀
심지어 차량 없이 시뮬레이터로만 연습

흥미로운 통계 하나가 눈길을 끈다. 경찰청이 출간한 2008·2012년도 도로교통안전백서의 통계로 운전전문학원에서 배출한 운전면허 소지자와 도로교통공단의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러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은 운전자의 교통사고율과 사고건수를 비교해 놓았다. 1999년부터 2011년까지 13년간의 통계를 보면 운전면허 취득자수는 114만9328명(1999년)에서 89만8264명(2011년)으로 줄었고 교통사고율도 크게 감소했다.

흥미로운 것은 전문학원에서 시험을 치러 합격한 운전자의 사고율이 비전문학원 출신자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이다. 전문학원 출신의 사고율이 2011년 기준으로 0.2%인데 비해 비전문학원 출신은 0.49%나 된다. 여기서 비전문학원 출신은 운전전문학원이 아닌 일반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과 개인적으로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한 사람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 의무교육시간 없는 일반학원, “400m² 이상이면 OK”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전국 404개의 운전전문학원은 ‘13시간의 의무교육시간’ 규정을 준수한다. OECD국가 평균 교육시간인 50시간의 4분의 1에 불과한 의무교육시간이지만 어쨌든 운전전문학원에서는 13시간의 운전교육을 충실하게 실시하고 있다. 운전면허를 획득하고자 하는 수험생은 6600m²(2000평) 이상의 넓은 부지에 마련된 기능교육장에서 전문 강사로부터 기초적인 운전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학원이 아닌 일반학원의 사정은 다소 다르다. 2011년 6월 운전면허시험제도 간소화 이후 우후죽순 생긴 일반학원의 경우 400m²(120평) 이상의 부지만 확보하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전문학원에 비해 시설과 장비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의무교육시간 제약도 받지 않는다. 시험을 보기 전 13시간의 의무교육시간을 채워야 하는 전문학원 수험생과 달리 일반학원 교육생은 극단적으로 말해 한 시간만 교육을 받고도 시험장에 나갈 수 있다. 전문학원은 이론시험인 PC학과시험을 제외한 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을 학원에서 치를 수 있지만, 일반학원 교육생은 도로교통공단의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다.

일반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운전을 하는 친구, 가족 등으로부터 대충 운전방법을 배우고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비전문학원 출신의 교통사고율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 ‘공식’만 가르치는 불법운전교육… “운전은 못해도 합격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으로 자행되는 사설운전교육이다. 서울과 수도권 운전면허시험장 주변에는 “학원보다 저렴하게 속성운전교습을 시켜 주겠다”며 호객행위를 하는 일명 ‘삐끼’들이 판을 치고 있다. 경찰청이 종종 단속에 나서지만 워낙 수가 많고 은밀하게 움직여 한계가 있다.

이러한 사설 운전교육은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불법교육이다. 무자격 강사는 물론 보조 브레이크가 없는 일반 승용차로 교육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험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는 운전전문학원의 교육차량과 달리 무보험 차량이라 사고가 나도 보상 받을 길이 없다.

교육내용 역시 체계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1시간에 몇 만원’ 식의 시간제 교육이 많다. 주로 시험장에서 합격하기 위한 ‘공식’을 알려주는 식이다. 수험생들은 간소화 정책 이후 ‘원숭이도 딸 만큼’ 쉬워진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만 속성으로 교육받은 뒤 시험장으로 내몰린다.

심지어 교육차량조차 갖추지 않은 무허가 교육장도 있다. 개인이 운전시뮬레이터를 사무실에 대여섯 대 갖춰놓고 “이걸로 연습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며 수험생을 유혹하고 있다.

운전교육은 ‘수험교육’이 전부가 아니다. 합법적이고 체계적인 운전교육은 양질의 운전자를 배출하며 이는 곧 교통사고의 감소로 직결된다. 오로지 합격만을 위한 가짜 불법교육에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잡힐 수는 없다.

우리나라 운전교육제도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가 왔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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