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성남 등 1차전 이기고도 2차전서 역전
서울, 2-0 승리 불구 에스테그랄 원정 경계
반면교사(反面敎師). 다른 사람,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이다.
FC서울은 25일 에스테그랄(이란)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홈 1차전에서 2-0으로 이겨 결승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서울은 10월3일(한국시간) 2차전 원정 때 1-3으로 져도 결승에 오른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승리의 기쁨보다 경계심을 먼저 드러냈다. 그는 “2004년 성남, 2006년 울산이 1차전을 이기고도 2차전에서 크게 져 뒤집힌 적이 있다. 우리는 그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2004년 성남은 알 이티하드(사우디)와 결승 1차전 원정에서 3-1로 이겼다. 우승이 눈앞이었다. 하지만 홈 2차전에서 0-5로 참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울산은 2006년 전북과 4강 원정 1차전을 3-2로 이기고 2차전에서 1-4로 대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04년 성남 코치였던 김학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과 2006년 울산 지휘봉을 잡았던 김정남 프로연맹 부총재에게 당시 역전패의 원인을 들어봤다. 서울이 교훈으로 삼을만하다.
● 세트피스 조심 또 조심
성남과 울산 모두 2차전에서 세트피스로 이른 시간 실점을 허용했다. 성남은 전반 27분과 전반 추가시간, 울산은 전반 10분과 20분 골을 내줬다. 모두 코너킥, 프리킥에 이은 실점이었다. 이후 성남, 울산은 추격하기 위해 모험적인 전술을 펴다가 역습에 또 당했다. 김 위원은 “0-3이 된 뒤 우리도 공격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알 이티하드는 당시 최강이었고 우리는 어렵사리 결승까지 올라갔다. 초반 세트피스로 골을 내준 게 치명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부총재도 “초반 20분 사이에 세트피스로 골을 내주고 만회하려다 보니 수비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이 유념할 부분이다. 에스테그랄에는 힘과 체격 좋은 선수가 많다. 중원의 핵 네쿠남과 테이무리안이 경고누적으로 못 나와 전력약화가 불가피한 에스테그랄이 집요하게 세트피스 득점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 방심은 금물
김 부총재는 정신적인 측면도 많이 강조했다. 울산은 당시 알 이티하드(사우디)와 8강 원정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1주일 만에 전주에서 전북과 4강 원정 1차전을 치렀다. 김 부총재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사우디 원정을 이기고 사기가 올라 4강 1차전 때는 피로도 잊었다. 2차전 때 보니 전북 선수들의 몸놀림과 눈빛이 우리와 달랐다. 선제골을 내주고 꼬이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머리로는 ‘방심은 금물’을 외치면서도 몸은 나태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1%%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독한 마음으로 에스테그랄 원정에 나서야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