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열쇠는 ‘목동 박병호’

입력 2013-10-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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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시작되는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넥센 박병호다. 그동안 목동구장과 두산전에서 유독 강했던 박병호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질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병호(오른쪽)가 7일 미디어데이에 앞서 두산 김진욱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8일부터 시작되는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넥센 박병호다. 그동안 목동구장과 두산전에서 유독 강했던 박병호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질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병호(오른쪽)가 7일 미디어데이에 앞서 두산 김진욱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오늘 목동구장서 넥센-두산 준PO 1차전 격돌

1. 목동서 22방 넘겨…두산, 정면승부 경계
2. 박병호 “날 피하면 뒷타자들에게 당할 것”


가정을 하나 해보자. 시리즈의 향방이 걸린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 두산이 딱 2점 앞선 9회초 2사 만루서 넥센 4번타자 박병호(27)가 타석에 들어선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순간. 이때 두산 벤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두산 김진욱 감독은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PO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답변에 필요한 시간은 채 1초도 되지 않았다. “거르겠습니다.” 큰 것 한 방을 맞고 승부를 뒤집히느니, 차라리 정면승부를 피하고 밀어내기로 1점을 주겠다는 의미다. 박병호는 지금, 이 정도 존재감을 자랑하는 타자다.

이날 미디어데이의 화두 역시 단연 ‘박병호’였다. 올 시즌 홈런(37개), 타점(117점), 득점(91), 장타율(0.602)의 4관왕에 오른, 명실상부한 현존 최고의 4번타자. 게다가 박병호는 올 시즌 3할(0.318·타격 8위)까지 쳤다. 도무지 흠잡을 데가 없다.

무엇보다 준PO 1·2차전이 펼쳐지는 목동구장은 그야말로 박병호의 ‘텃밭’이었다. 올 시즌 홈런의 59%%를 차지하는 22개를 목동에서 때려냈다. 목동구장 64경기 타율이 0.311에 타점은 65개. 천하무적이다.

더군다나 목동구장은 홈런이 잘 나오기로 유명한 구장이다.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좌우 98m·중앙 118m로 규모가 작기도 하지만, 바람이 움직이는 방향과 구장의 기울기 등 외부환경도 홈런생산을 더 유리하게 만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두산은 넥센과의 정규시즌 마지막 목동 경기에서 박병호에게 홈런 3개를 연달아 맞고 녹다운된 아픔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이 “당시 충격이 컸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그냥 한 경기일 뿐이지만, 포스트시즌은 박병호의 존재를 간과할 수 없다”며 “정면승부는 하겠지만, 박병호가 칠 수 없는 곳으로 공을 던지게 하겠다”고 경계령을 발동한 이유다. 두산 주장 홍성흔의 반응도 비슷했다. “박병호는 정말 넥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다. 잠실이라면 볼배합이 달라지겠지만, 목동에선 무조건 승부를 피해야 하는 선수라고 본다”며 “따라서 박병호 뒤에 있는 김민성과 강정호를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작 박병호는 자신의 이름이 등장할 때마다 고개를 푹 숙이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마음가짐은 그 누구보다 강했다. 그는 “내게 승부를 하거나 투수의 실투가 들어온다면 과감하게 타격하겠다. 그러나 ‘아니다’ 싶은 공은 참을 것”이라며 “내 뒤에 있는 선수들도 충분히 강하기 때문에 나를 거르거나 나와 어렵게 승부한다면 큰 화가 올 지도 모른다”고 부드러운 경고(?)를 날렸다.

각오 역시 단단했다. 박병호는 “페넌트레이스에서 넥센의 중심을 이끌었듯이, 준PO에서도 남들이 다 인정할 수 있는 중심타자라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며 “꼭 홈런이 아니더라도 좋은 타점을 올려서 승리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넥센은 박병호의 힘을 믿고, 두산은 그 힘을 경계한다. 박병호가 든 ‘창’과 두산이 든 ‘방패’의 대결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까. 5전3선승제의 준PO, 그 첫 번째 결과는 일단 8일 공개될 것이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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