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 연발하며 레드삭스에 1-8 완패
독특한 구조 야구장…원정팀의 무덤
2004년 WS 4연패 악몽 다시 고개
1912년 개장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턴 펜웨이파크의 외야 좌측 담장에는 ‘그린몬스터’라는 애칭이 붙어있다. 홈플레이트부터 가장 가까운 곳까지의 거리가 94m에 불과하지만 담장 높이는 무려 37.167피트(11.329m)나 되기 때문에 펜웨이파크에서 경기 경험이 부족한 외야수가 펜스 플레이를 펼치기는 무척 까다롭다. 또 우중간 쪽에는 420피트(128m)나 되는 ‘트라이앵글 존’이 있는 데다, 우측 파울폴까지 거리는 92m로 매우 짧으면서도 펜스 높이는 그린몬스터의 7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5피트(1.524m)라 외야 구조가 몹시도 기형적이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2차전에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우익수 토리 헌터가 데이비드 오티스의 만루홈런 타구를 잡으려다 우측 펜스 너머 보스턴 레드삭스 불펜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2004년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내준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4경기 만에 레드삭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 해 정규시즌에서 105승이나 거뒀던 카디널스가 허무하게 스윕을 당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 후 카디널스가 마지막으로 펜웨이파크에서 경기를 치른 것은 2008년 6월 인터리그 원정 3연전 때였다. 레드삭스와의 올해 월드시리즈를 위해 24일(한국시간) 5년여 만에 다시 펜웨이파크를 찾은 카디널스 선수들에게는 몹시도 낯선 환경일 수밖에 없었다.
카디널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LA 다저스를 4승2패로 누르고 2년 만에 다시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24일 열린 1차전에서 실책 3개를 범하는 졸전 끝에 1-8의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다저스와의 NLCS까지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3개의 실책만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회말에는 오티스의 홈런성 타구를 걷어낸 우익수 카를로스 벨트란이 펜스에 옆구리를 부딪친 뒤 3회말 수비를 앞두고 교체돼 남은 경기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막강화력을 자랑하는 레드삭스와의 싸움도 쉽지 않은 판에 펜웨이파크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카디널스 선수들에게 악몽이나 마찬가지다. 정규시즌에서도 레드삭스는 펜웨이파크에서 53승28패를 거둬 아메리칸리그 홈경기 승률 1위에 올랐다. 원정팀에게는 펜웨이파크가 무덤이나 다름없다는 방증이다.
1차전 완승으로 레드삭스는 2004년과 2007년부터 이어온 월드시리즈 9연승에 성공했다. 월드시리즈 최다 연승은 뉴욕 양키스가 1996년, 1998년, 1999년, 2000년에 걸쳐 거둔 14연승이다.
무기력하게 첫 판을 내준 카디널스는 25일 2차전에 22세의 영건 마이클 와카를 선발투수로 내세워 반전을 노린다. 와카는 올해 포스트시즌 3경기에 선발 등판해 단 1점만 내주며 3승 무패, 방어율 0.43의 눈부신 호투를 거듭했다. 특히 다저스와의 대결에선 현역 최고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를 2차례나 꺾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2번 모두 홈에서 던진 다저스와의 대결과 달리 이번에는 적지인 펜웨이파크 등판이다. 1차전 카디널스 선발 애덤 웨인라이트 같은 베테랑도 피해가지 못한 ‘펜웨이파크 악몽’을 신예 와카가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