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vs 참을 인, 류중일-김진욱 누가 옳았나

입력 2013-10-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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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왼쪽) 감독은 조커를 던졌고, 두산 김진욱 감독은 조커를 끝까지 손 안에 쥐고 있었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밴덴헐크를 등판시킨 삼성, 유희관를 아낀 두산. 이런 양 팀의 정반대 투수운용은 과연 6·7차전에서 어떤 결과로 돌아올까. 류 감독과 김 감독이 24일 대구에서 열린 1차전을 앞두고 우승 트로피를 배경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구|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오늘 KS 6차전 ‘심판의 날’

류중일 감독, 6차전 선발 밴덴헐크 5차전에도 투입 초강수
김진욱 감독, 5차전 8회초 1사2·3루서 유희관 아끼다 패배


삼성 류중일 감독은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참고 또 참으며 아꼈다. 두 사령탑은 이처럼 극명하게 다른 선택을 했다. 류 감독이 과감하게 베팅한 조커인 밴덴헐크, 김 감독이 일격을 허용하면서도 뽑지 않은 칼인 유희관은 올해 한국시리즈(KS·4선승제) 승패의 큰 변수가 됐다.

야구는 일반적으로 농구, 미식축구 등의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 감독의 비중이 크지 않은 스포츠로 알려져있다. 단장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는 메이저리그의 주된 의견이다. 그러나 다른 시선도 존재한다. 게임의 절반인 투수를 매일 매순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감독의 전략적 판단이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라는 생각이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과 함께 쓴 ‘감독이란 무엇인가’에서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자신의 굳은 신념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의 신념에 비춰보면, 류 감독과 김 감독은 KS 6·7차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29일 KS 5차전에서 류 감독은 7회말 밴덴헐크를 투입하는 강수를 던져 승리를 따냈다. 반면 김 감독은 5-5 동점이던 8회초 1사 2·3루 위기에서 좌타자 박한이가 타석에 들어섰지만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좌완 유희관을 끝내 아꼈다. 결국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고 패했다.

밴덴헐크는 5차전에서 28개의 공을 던지고도 6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유희관은 27일 3차전에서 불과 3.2이닝 동안 52개의 공을 던졌지만, 11월 1일 예정된 7차전 선발등판을 위해 4∼6차전을 통째로 비우게 된다. 류 감독은 “밴덴헐크의 구원 등판은 경기 전부터 구상했던 부분이다. 불펜 피칭 대신 실전 등판이었다. 불펜과 진짜 경기의 체력소모는 분명 다르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기 직전까지 유희관의 불펜 투입을 고민했다. 그러다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 1점이라도 앞선 상황이 아니면 7차전을 대비해 아끼겠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KS 같은 단기전에서 투수는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아 언제 바닥이 드러날지 모르는’ 도자기병에 담긴 물과도 같다. 두 사령탑의 선택은 너무도 소극적인 대응을 이긴 과감한 승부수가 될까, 아니면 무모한 베팅을 잠재운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대범함이 될까. 그 결과는 6차전 또는 7차전에서 드러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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