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1년을 뒷받침한 류현진과 마틴 김의 우정

입력 2013-1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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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데뷔시즌을 보낸 류현진(LA다저스)이 1일 오후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올시즌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류현진의 통역을 담당한 마틴김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서울|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LA 다저스 류현진(26)의 귀국 기자회견이 열린 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 워커힐시어터. 오후 3시 정각에 단상에 오른 사람은 류현진이 아니었다.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류현진 만큼이나 익숙한 얼굴과 이름. LA 다저스 마케팅팀 직원이자 올 시즌 류현진의 통역으로 활약한 마틴 김(34) 씨였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 나선 김 씨는 “올 한 해 기자회견을 서른 번(류현진이 30경기에 등판했다) 했는데 이렇게 긴장되는 건 처음이다”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김 씨가 류현진보다 먼저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가 있다. 진행을 맡은 보라스 코퍼레이션 전승환 이사는 “마틴 김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하겠다는 요청이 많아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 시즌 내내 ‘다저맨’ 류현진의 일거수 일투족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김 씨에게도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김 씨는 “다저스 구단에서 한국에 계신 팬 분들께 감사 인사를 꼭 전해달라는 전갈을 받았다”며 “류현진 선수를 따라다니면서 홈은 물론 원정에서도 태극기를 참 많이 봤다. 뿌듯했고, 자신감도 생긴 한 해였다”고 했다.

사실 김 씨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첫 해부터 명문구단 다저스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도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단순한 통역과 선수의 관계보다 더 깊은 우정도 나눴다. 류현진이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마틴 형이 처음부터 정말 많이 도와줘서 선수들과 빨리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내게 가장 중요한 입과 귀가 돼준 사람이라 내가 첫 번째로 고마워해야 할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한 이유다.

김 씨 역시 “한 시즌이 워낙 길기 때문에 류현진 선수도 경기 중에 자신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거나 결과가 안 좋을 때 많이 힘들어했다. 그러나 몇 분 후에 금세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많은 걸 배웠다”고 털어놨다.

김 씨도 학창시절에는 야구를 했다. 고교 때 아시아 선수의 한계를 느껴 진로를 바꿨고, 3년 전 공채로 다저스에 입단했다. 지난해 말 류현진이라는 한국의 ‘괴물’과 인연을 맺으면서 한인 마케팅을 담당했던 김 씨의 구단 내 역할과 위상도 함께 치솟았다. 김 씨는 “LA에 한인분들이 100만명이 넘는다. 류현진 선수가 오고 나서 박찬호 선수가 있을 때의 열정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며 “류현진 선수 등판 날이면 3000~4000명의 교민들이 찾아왔다. 시즌 초반에 류현진 선수의 유니폼이 다 팔려서 한동안 매장에 없었던 적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김 씨가 다음 시즌에도 류현진의 통역을 계속하게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류현진이 최고의 통역과 함께 빅리그 첫 해를 출발하는 행운을 잡았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 씨는 “선수의 ‘입’도 내 역할이지만, 그보다 ‘귀’가 되어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류현진 선수가 듣지 못하는 라커룸의 이야기나 분위기들을 잘 듣고 전해주는 통역이 되고 싶었다”며 “이 부분은 꼭 말씀드리고 싶다. 류현진은 정말 라커룸에서 동료들에게 예쁨 받는 선수였다”며 웃어 보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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