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리움, 연극 연애시대가 말하는 사랑

입력 2013-11-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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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커플의 상처 치유…김재범·심은진 등 열연

좋은 공연 한 편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삶을 바꾼다. 소소한 것이어도 괜찮다. 무대 위 캐릭터의 대사 한 마디, 몸짓 하나에 보는 이의 머릿속에서는 ‘탁’하고 불이 들어온다. 그것은 운명처럼 관객의 가슴을 노크한다. 똑똑똑.

연극 연애시대는 ‘예쁜’ 작품이다. 아이의 유산을 계기로 이혼했지만 여전히 상대를 우주만큼 마음에 품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리이치로(김재범·조영규·이신성 분)와 하루(황인영·심은진·손지윤 분)의 사랑은 우리들에게는 다소 낯선 사랑일지 모른다.

‘사랑하기에 헤어졌다’라는 진부한 이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어서 헤어졌다’로 다가온다.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사랑처럼 아픈 사랑이 또 있을까.

툭툭거리는 대사들이 마음을 시큰하게 건드린다. “결혼이란 건 한 방의 공기를 둘이 나눠 마시는 거라고. 조금은 숨이 막히는 게 당연하지”와 같은 대사를 쓸 수 있는 작가(노자와 히사시)는 분명 천재일 것이다.


● 두고두고 남을 리이치로·하루의 이별장면

책갈피에 꽂아두고 싶은 장면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백미. 이혼 후 ‘쿨’하게 지내던 리이치로와 하루는 결국 상대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며 다른 남자와 여자를 만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리이치로는 초등학교 동창 다미코, 하루는 자신이 일하는 스포츠센터 고객인 기타지마 교수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새로운 연인과의 사랑을 확인하고 포옹을 한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이루어진 일이지만, 연출가 김태형은 포옹한 두 커플의 몸을 자연스럽게 돌려 리이치로와 하루의 눈이 마주치게 만든다. 두 사람은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서로에게 미소를 건넨다. 그리고 포옹한 한 손을 풀어 흔들어 보인다. 진짜 이별인 것이다. 어두운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기자도 허겁지겁 안경을 벗어 닦는 척 하느라 애써야 했다.

멜로와 코믹에 모두 능한, 배우로서는 보기 드문 멀티플레이어인 김재범은 모처럼 자신의 장기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배역을 만났다. 엉성한 구석(하는 짓이 제법 귀엽다)이 있지만 속에는 하루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간직한 리이치로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배우 심은진(사진)의 연기도 좋다. 리이치로가 그토록 바라던 가정적인 여인 가스미와 지적이고 순종적인 다미코를 마다하고 왜 하루만을 바라보았는지를 조근조근 설득해 준다. 리이치로와 다미코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는 장면은 정말 대단했다!

12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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