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부산광역시 교육청이 벡스코에서 '2013 시민과 함께하는 부산교육박람회'를 열었다. ‘부산교육을 만나면 미래가 보입니다'는 슬로건으로 열린 이번 교육 박람회는 부산시 내 약 280개 이상의 초중고등학교가 참가해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선생님들은 어떻게 학생들을 교육하는지 등을 발표했다. 특히, 부산시 교육청은 지난해 연구학교박람회에 이어, 올해 연구학교박람회, 진로박람회, 직업교육박람회 등을 통합 개최해 참가 학교의 부담을 최초화하는데 노력했다.
부산시교육청은 교육박람회와 함께 벡스코 2층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 스마트교육 및 디지털교과서 정책 설명회와 우수 수업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현직 교사가 직접 설명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저 말이 아닌, 실제 우리 아이들이 이미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를 교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 참고로 부산시 교육청은 이미 2013년 초부터 전국 최초로 부산지역 초/중학생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해 이를 활용한 자기주도학습 학급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첫 날 스마트교육 우수 수업사례 발표자는 용수초등학교의 허두랑 선생님. 그의 강연 주제는 ‘스크린캐스팅과 플립트 클래스룸(Flipped Classroom)’이었다. 스크린캐스팅, 플립트 클래스룸. 당최 용어부터가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기자만이 아니었다. 세미나실을 가득 메운 다른 학교 선생님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스크린캐스팅(Screen Casting)이란, 사실 모든 이들이 약속한 단어가 아니다(미국의 Jon Udell이 그의 블로그에서 사람들의 투표를 통해 만들었다고 한다). 풀어 설명하자면, PC 화면을 음성과 함께 녹음해 만들고 공유하는 행동을 뜻한다.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PC로 게임을 하면서 그 위에 설명을 덧붙인 뒤 영상을 만드는 것. 이것이 스크린캐스팅이다. 그리고 스크린캐스트는 스크린캐스팅으로 만든 결과물을 뜻한다.
플립트 클래스룸, 직역하자면 뒤집힌 교실이다. 자, 지금까지 우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집에서 숙제를 했다. 플립트 클래스룸은 이를 뒤집은 방식이다. 집에서 수업하고, 학교에서 숙제를 하는 것. 이는 디지털 즉, 온라인이 있기에 가능하다. 수업은 교실 밖에서 온라인으로 하고 교실에서 숙제를 하며, 교사는 ‘안내자’ 역할에 충실하는 교육 방식이다.
지금 설명한 두 가지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스크린캐스팅은 20년 전부터 활용하던 방식이며, 플립트 클래스룸 교육 방식도 이미 이를 도입해 좋은 성과를 내는 학교, 학원이 있다. 다만, 허 선생님은 이 두 가지 방식을 스마트 기기로 실행할 경우, 아이들의 습득 방법이나 표현력이 더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들고 다니는 아이패드로 (선생님이 만든) 스크린캐스트를 보며 공부한다. 그리고 학교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다. 스크린캐스트의 내용에 대해서 토의하고, 토론을 시작한다. 바로 간단한 쪽지 시험을 볼 수도 있다.
만약 과학 시간이라고 가정하자. 수업 시간 전, 선생님이 아이패드를 이용해 플라스크, 비커 등을 가지고 과학 실험을 녹화한다. 아, 물론 설명도 하면서 말이다. 이 영상을 간단히 편집해 아이들에게 공유한다. 아이들 역시 손 안에 들고 다니는 아이패드로 해당 스크린캐스트를 바로 시청한다. 보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집 책상 위에 앉아서 노트에 필기를 하면서 볼 수도 있고, 침대 위에 누워서 과자를 먹으며 볼 수도 있다. 등하굣길에 걸어오면서 볼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과학시간에 선생님에게 따로 자세한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다. 바로 곧장 실험에 돌입하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 토의할 수 있다는 것. 뒤집힌 교실에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손쉽게 공부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학생들이 공부한 결과에 대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기존 교육 방법과 비교해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하는 방식은 기존 주입식 교육 방식과 달리 더 창의적인 것은 틀림없다.
허 선생님은 부산 내 초등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인이다. 세미나실은 다른 선생님들도 가득 메워졌다. 세미나가 끝난 뒤에는 지긋한 나이의 선생님들도 그에게 다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제 수업하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자세히 물었다. 이에 IT동아는 잠시 기다린 뒤 허두랑 선생님을 직접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나눴다. 인터뷰는 현재 그에게 수업 받고 있는 정용진, 오종현 학생도 함께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우리 학생들도 마찬가지이고(웃음). 발표하시는 내용은 흥미롭게 잘 들었다. 실제 이 수업 방식을 적용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허두랑 선생님(이하 허 선생님): 많이 어려웠다. 아무래도 기존 수업 준비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노하우도 늘었다. 다양한 앱을 사용하면서 스크린캐스트를 만들어봤고, 아이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고쳐나가고 있다. 요즘에는 ‘익스플레인 에브리씽’이라는 앱으로 사전 스크린캐스트를 만들거나, 교육부에서 만든 학습 자료 등을 사용한다. ‘소크라티브’ 같은 앱을 사용해 쪽지 시험을 보기도 한다. 사실 정답은 없다. 선생님들이 자신에게 맞는 앱을 찾아 그것을 이용하면 되지 않겠는가.
IT동아: 용어 자체가 생소하듯, 수업 방식도 많이 생소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선생님이랑 아이패드를 가지고 수업하는 게 재미있는지.
아이들: 재미있어요(웃음).
허 선생님: 하하. 아이들은 많이 재미있어 한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초등학교 수업 중에 유럽에 대해서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이 내용을 기존 수업 방식대로 진행하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설명하는 것만 30분 넘게 걸린다. 아이들은 내용을 받아 적는데 바빴다. 하지만, 이제 우리 교실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이용해 미리 스크린캐스트를 보고 온다. 집에서 PC로 볼 수도 있다. 보는 방법은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보는 내용은 같다. 그렇게 수업 전에 내용을 숙지하고 돌아온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토론도 하고, 시험도 본다. 수업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IT동아: 참… 재미있다. 우리네 어릴 때는 선생님이 칠판 한가득 적으신 내용을 적기 바빴는데 말이다. 예전에는 토론 즉, 발표 수업을 하려면 내 키만한 전지에 색연필로 꾸미고, 사진 등을 붙여서 준비하는데 며칠씩 걸렸는데 말이다.
허 선생님: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발표한다. 다만, 방법이 달라졌을 뿐이다. 아이들은 다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한 가지를 알려주면, 자기네들이 생각해서 또 다른 것을 찾아낸다. 우리 반 아이들은 발표할 때 아이패드를 이용하는데, 조별로 대본을 만들어 자기들끼리 파일을 공유해 나눠가진다. ‘클래스팅’이라는 학급 SNS도 이용한다.
반 전체 아이들이 상호 평가하는데도 IT 기술을 이용한다.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이용해 애완동물을 설명하는 전자책을 만들고, 친구들의 전자책을 본 뒤 구글 문서도구를 이용하는 것. 스프레드시트에 서로 평가 글을 남기는 것이다. A 학생이 설명한 것에 대해, B 학생이 덧붙인다. ‘자세히 설명해줘서 고맙다’라고. 반대 의견도 있다.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이다(웃음).
IT동아: 수업 이외에도 활용하는 것이 있는가?
허 선생님: 게임을 이용해 아이들과 ‘내가 살고 싶은 마을’이라는 것을 만든 적도 있다. 아이들 사이에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상당히 인기다(마인크래프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게임 내에서 구하는 재료로 다양한 것을 만들어 공유하는 게임이다. 실을 짜서 천을 만들고, 그 천으로 옷을 다시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 마을을 만들어보라고 했더니, 반 아이들이 달려들어… 얼마나 걸렸더라? (아이들은 3시간이라고 대답했다) 아, 그 정도 시간에 수십 층 빌딩을 세웠다. 빌딩은 각 층마다 테마가 있더라. 양도 기르고, 돼지도 기르고… 랜드마크도 있었다.
IT동아: 초등학생이 랜드마크라는 단어도 아는가?
허 선생님: 어른들 사이에서도 인기인 그 게임 있잖은가. 모두의…(웃음).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빠르다. 그리고 창의적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한가지를 알려주면 그것을 이용해 두, 세 가지를 더 알아낸다. 우리 아이들은 책도 만들었다. 그리고 책도 팔았다(웃음).
IT동아: 책을 만들어 팔았다니? 조금 자세히 설명해달라.
허 선생님: 학교에서 부석사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다. 아이들이 수학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모아서 전자책을 만들었다. 사진에 간단한 설명을 넣어서 말이다. 아, 물론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 약간 도움을 줬을 뿐이다. 그리고 이걸 애플 아이북스(iBooks)에 올렸다. 무료로 판매했는데… 재미있게도 하루에 1권 정도 팔렸다(웃음). 다른 나라에서 팔렸다.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초등학생들이 소개한 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해외에서 받아본 것이다. 그래서 책에 영어를 추가했다. 한글로 설명한 것을 영어로 번역해서 뒤에서 넣었다.
IT동아: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아이들은 인터뷰 내내 아이패드를 가지고 자기들이 만든 영상, 사진 등을 보며 웃었다. 가끔 선생님의 설명이 틀렸다고 참견도 하면서). 스마트 기기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우리 교육에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말이다.
허 선생님: 아이패드 같은 스마트 기기는 그 안의 다양한 앱을 이용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를높이고, 자기 스스로 참여해 주도할 수 있는 학습에 상당히 도움된다. 아, 한가지 더. 아이들에게 꼭 설명하는 것이 있다. 너희들, 아이패드는 뭐라고?
아이들: 수업을 도와주는 친구요.
스마트 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가 생활 속으로 물밀듯이 밀려와 어쩔 수 없이 시작해야만 하는 교육방법도 아니다. 부산의 아이들이 보여준 것처럼, 기존의 교육 방법에 몇 가지 혜택을 더했을 뿐이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 당장 정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누구나 생각하기에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면, 그것이 진정 ‘똑똑한 교육’일 것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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