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머릿속이 바쁘다. 내년 1월 전훈멤버를 구상하기에 여념이 없다.
대표팀은 내년 1월13일부터 3주에 걸쳐 브라질과 미국 LA에서 담금질을 한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3주간 소집훈련을 할 수 있다는 협회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다. 유럽파 선수들은 시즌 중이라 전훈에 참가할 수 없어 국내파끼리 치열하게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홍 감독도 이번 전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플랜B를 위한 중요한 옥석가리기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은 돌발 악재가 닥쳤을 때 대안, 또 그 다음 대안, 그리고 마지막 대안까지 갖춰놔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상이다. 부상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상선수가 발생했을 때 선장이 당황하거나 갈팡질팡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홍 감독의 이런 위기관리 리더십은 2012런던올림픽 때 빛을 발했다. 올림픽을 한 달 여 앞두고 주장이자 중앙수비수 홍정호가 큰 부상을 당했다. 홍 감독도 나중에 올림픽이 끝나고 “홍정호 없는 우리 팀을 생각이나 해 봤겠느냐”고 할 정도로 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였다. 홍 감독은 정밀 진단결과 대회전까지 회복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서자 바로 황석호를 주전으로 올려 보내 김영권과 호흡을 맞추게 했다. 홍정호가 빠진 수비진이 불안하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한국은 탄탄한 수비 덕분에 동메달을 땄다. 브라질과 4강전을 제외하고 5경기에서 2골 밖에 안 내줬다.
한국영의 부상도 대표적이다. 런던 현지에서 한국영이 골절로 뛰지 못하게 됐다.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 코치들도 낙심하고 있는데 홍 감독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예비명단에 있는 정우영의 합류를 지시했다. 홍 감독도 속이 타들어갔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동요하던 팀은 정상화됐고 박종우가 한국영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국민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어떤 선수에게 어떤 부상이 올지 알 수 없다. 철저한 대안만이 답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