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로 한 해를 완벽하게 마무리한 박신혜는 활동 무대를 해외와 스크린으로 옮기며 더욱 바빠질 내년을 기약했다. 사진제공|SALT엔터테인먼트
영화·드라마 두마리토끼 사냥 성공
‘상속자들’ 데뷔작 이후 최고 시청률
“아시아 팬미팅…다시 해외시장 노크
스물셋, 또 다른 나를 보여 드릴게요”
어려운 기말고사를 끝낸 학생 마냥 홀가분한 표정이다. 손에는 ‘A+’ 성적표까지 들려 있으니,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올해 최고 관객을 모은 영화 ‘7번방의 선물’부터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 최근 25.6%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상속자들)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린 박신혜는 “누구 말대로 1년 농사를 아주 잘 지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2003년 데뷔작 ‘천국의 계단’ 이후 최고의 시청률이었다. 그동안 출연작들이 시청률과 거리가 멀어 ‘나 때문에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고민이 많았다. 끝나고 나니, 기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느낌이랄까. 하하!”
드라마에서 연기한 고등학생 차은상 역은 실제 박신혜의 열여덟 살과 비슷하게 닮았다. 극중 차은상은 말을 못하는 엄마와 지독한 가난에 치어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견뎌야 했다. 박신혜는 중학교 1학년 때 아역 연기자로 데뷔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인 연기를 소화해야 했고,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큰 부담과 압박에 시달렸다.
“아역이라는 타이틀이 너무 싫고 부담스러웠다. 어색하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 등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엄마와 많이 다퉜고, 친구들과도 문제가 생겼다. 처음 주연을 맡자 부담감은 더 커졌다. 스무살 이후에 느껴도 될 책임감들이 어깨를 눌렀다. 속으로는 자꾸 곪아가고, 연기에 집중할 수 없어서 (연기를)잠시 쉬고 대학(중앙대)에 입학해 학업에 매달렸다.”
박신혜는 한 숨 쉬고 가자는 생각에 캠퍼스 생활에 눈을 돌렸지만 고아라, 김범, 김소은 등 대학 동기들의 다양한 활동이 자극제가 됐다.
“지친 상태에서 그 친구들을 보니까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내 선택이 옳았는지 의심이 생기기도 했고. 연기가 무섭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는데, 다시 팬들 앞에 서기가 두려웠다. 사람들이 나를 다시 찾아줄까 걱정도 많았다. 자신감도 부족했던 상황에서 ‘미남이시네요’를 만났고, 장근석과 정용화 등 또래 친구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나의 장점을 살릴 수 있었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다시 뛸 수 있게 만들어준 발판이 됐다.”
늘 밝은 표정의 박신혜를 떠올리면 그동안 해왔던 고민의 무게는 쉽게 상상할 수 없지만, 스물세 살 나이에 털어놓은 고민거리는 ‘피식’ 웃음 짓게 만든다.
“모니터링을 해보니 내 얼굴의 크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마음대로였다. 워낙 잘 먹어서 그렇다. 갈라진 코끝과 몽땅한 엄지손톱은 콤플렉스다. 못생긴 모습이 그대로 TV에 나오니 ‘성형수술을 받아볼까’ 고민도 해봤다. 그래도 나만 가지고 있는 거니까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할리우드 배우 메간 폭스도 나와 손가락이 똑같이 생겼더라. 예술가의 손가락이라는 말을 듣고 위안을 얻었다. 하하!”
한해 장사를 잘 마친 박신혜는 다시 해외로 발길을 옮긴다. 올해 초부터 진행한 아시아 팬미팅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이미 차기작(영화 ‘상의원’)도 결정한 만큼 공백 없이 활발하게 움직일 생각이다.
“데뷔 이후 가장 바빴던 한 해였다. 감사하게도 ‘상속자들’ 이후 출연 제의가 많이 온다. 이제는 20대 초반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