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가자마자 손으로 제 엉덩이를 토닥여줬어요. 진짜 이렇게, 토닥토닥.”
드라마 속 까칠한 듯 다정한 매력이 전부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 귀여운 반전 매력도 있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상속자들’의 최대 수혜자로 불리는 배우 김우빈(24)이다.
“상상도 못 했던 응원과 사랑이었어요. 극 중 영도는 정말 못된 인물이잖아요. 게다가 아직 저는 신인이고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기였기에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를 얻은 것 같아요.”
김우빈이 연기한 영도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질투의 대상인 김탄(이민호 분)을 괴롭히고,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한 차은상(박신혜 분)에게 관심을 얻으려 협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표현이 서툴 뿐, 내면은 누구보다 순수한 영도를 김우빈은 세심한 눈빛 연기, 디테일한 말투와 행동으로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작가님이 워낙 영도 이야기를 잘 써주셨어요. 저는 상황에 따라 재미있는 요소들을 조금씩 넣으려고 하고요. 휘파람을 분다든지, ‘오우~’, ‘어후~’ 같은 말투는 제가 슬쩍 넣어본 거죠. 나중에는 대본에 아예 써주시더라고요. 눈썹을 만지는 것도 나중에는 아예 지문에 써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마음껏 눈썹을 긁었어요.(웃음)”
그는 이러한 연출 연기 외에, 극의 기본적인 감정은 다른 경험에서 따오지 않고 오직 극의 흐름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데뷔 전부터 제게 연기를 가르쳐준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어요. 다른 생각을 하며 연기하지 말라는 거죠. 극 중 엄마를 만나 눈물 흘리는 신도 영도로서의 감정에 충실했어요. 영도에게는 엄마는 단어 자체로 무척 아픈 아이에요. 몰입하다보니 눈물이 생각보다 많이 나더라고요. 때마침 감기도 걸려서 콧물도 얼마나 많이 나던지…. 촬영이 지연되는 등 애를 많이 먹었죠.”
디테일한 연출에 진솔한 감정연기까지, ‘상속자들’ 최대 수혜자라는 그의 인기가 그냥 온 것은 아닌 듯 보였다.
●“이민호와 연기배틀? 나는 숟가락만 얹었을 뿐”
김우빈의 연기 성장에 시청자들은 ‘이민호와 연기배틀을 펼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비교를 완강히 거부했다.
“민호 형한테 저는 안돼죠. 형은 연기 경력도 많고 극을 이끈 적도 많아요. 저는 그저 그 위에 숟가락 얹어서 떠먹은 정도죠. 오히려 많이 배웠어요. 연기적인 면뿐만 아니라, 극을 끌어가는 모습 등이요. 많이 고마워요.”
이어 그는 박신혜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작품 전부터 신혜와 서로 아는 지인을 통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는 89년생이고, 신혜가 빠른 90년생인데 저는 원래 90년생과 친구 안 하거든요.(웃음) 그럼 신혜가 선배님이라고 부르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친구 하기로 했어요. 친구 안 하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죠. 워낙 편해지니까 연기도, 눈 맞춤도 편하더라고요. 또 신혜는 10년 차 배우잖아요. 제가 무척 많이 배웠죠.”
●가요프로 MC까지…“걸그룹 쑥스러워 못 본다”
김우빈은 극 중 영도와 얼마나 닮았을까. 그는 ‘장난기’와 ‘외모’를 꼽았다.
“장난기가 무척 많아요. 낯을 가리기는 하는데 친구들과 있으면 장난을 정말 많이 쳐요. 못된 장난도 많이 쳐서 친구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해요. 가장 비슷한 건 얼굴? 하하!”
또 그는 영도처럼 학창시절 짝사랑 경험도 있었다.
“학원 다닐 때 학원 과학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가수와 무척 닮아서 좋아했죠. 일부러 따로 보충수업까지 나가고 했어요. 다시 한번 뵙고 싶네요.(웃음)”
그는 좋아하는 여성 앞에서 내색하지 못하는 점도 닮았다. 김우빈은 현재 Mnet 가요프로 ‘엠카운트다운’에서 MC를 맡고 있다. 하지만 걸그룹의 무대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놔 놀라움을 자아냈다.
“좋아하는 걸그룹이 있긴 있어요. 그런데 쑥스러워서 못 보겠더라고요. 또 제 쪽에 모니터를 바라보면 뒤쪽 관객들과 눈이 마주친다. 그래서 더 못 보겠어요.(웃음)”
그는 이어 MC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생방송이라는 점이 무척 부담된다. 사고가 날 우려가 항상 있다”며 “부담 갖지 않으려고 스스로 채찍질한다. 점점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우빈의 노력 덕분일까. 최근에는 이휘재, 이보영과 함께 ‘2013 SBS 연기대상’ MC까지 맡게 됐다. 그는 “빨리 대본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선배들 따라 실수 없이 잘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모델부터 연기, MC에 이르기까지 다재다능한 김우빈. 그래도 그가 가장 마음을 쏟고 있는 것은 바로 연기다.
“연기가 제 안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또 가장 즐겁고요. 모델 일도 놓고 싶지 않아요. 모델을 안 했으면 이렇게 연기도, 기자분들과 인터뷰도 하지 못했겠죠. 차승원 선배님이 지금도 쇼에 서시는 거 보면 무척 멋있어요. 저도 관리를 잘해서 끝까지 모델을 하고 싶어요. MC는 사실 아직 많이 부족하죠. 모니터를 하면서도 어색하고요. 연습 많이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마지막으로 김우빈의 2014년 소망과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물었다.
“내년에는 더 바빠졌으면 좋겠어요. 좀 더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요. 대중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싶어요. 영도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뭘 또 이렇게까지 사랑해줘? 감사하게!(웃음)”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