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은 ‘지구력’ 토크는 ‘순간 힘’
최대 성능 영역 회전수 체크해야
흔히 신차가 나왔을 때 “그 차 몇 마력이야?”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마력(Horse Power)이 자동차의 성능을 가늠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력을 ‘말 몇 마리가 끄는 힘’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공학적으로 풀이하자면 1마력은 75kg의 물체를 1초 동안에 1미터 들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마력만 가지고는 자동차의 성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토크(Torque), 즉 회전력이다.
스포츠를 예로 들면 쉽게 마력과 토크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마력은 마라톤 선수나 수영 선수처럼 한정된 시간 동안 지속적인 일을 수행하는 능력을 뜻한다. 토크는 역도 선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한꺼번에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kg짜리 타이어를 허리에 매달고 20m를 왕복하는 시간을 재는 것은 마력을 측정하는 일이고, 100kg 짜리 역기를 들 수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하는 것은 회전력을 측정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가솔린 엔진은 분당 회전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마력은 크지만 토크는 디젤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디젤 엔진은 마력수는 다소 떨어지지만 회전력을 높일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토크가 높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동일 조건의 가솔린과 디젤 엔진 자동차가 동시에 출발하면 디젤 엔진 자동차가 높은 토크 덕분에 빠르게 앞서나가지만, 나중에는 마력이 높은 가솔린차가 추월하게 된다.
다시 신차 얘기로 돌아가보자.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대부분 높은 마력을 지니고 있다. 연료 직분사 방식, 터보차저, 소재의 혁신으로 인한 경량화, 자동차 제작 기술 전반의 발전 등이 원동력이다.
하지만 마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토크다. 마력과 토크를 모두 고려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근본적인 자동차의 힘은 토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신차를 구매하기 위해 마력과 토크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면 한 가지 더 체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최고 성능 영역에서의 회전수(토크)다.
최대 토크가 30kg·m인 2대의 신차가 있다고 치자. 최대 토크는 같지만 과연 30kg·m이라는 토크가 어느 엔진 회전수 영역대에서 발휘되느냐가 관건이다. 일반적인 운전자가 주로 사용하는 엔진 회전 영역은 1500∼3000rpm이다. 하지만 최대 토크가 이 영역을 벗어난 4500rpm대에서 발휘된다면 운전자들은 자동차회사에서 주장하는 높은 토크로 인한 파워를 일상적으로는 누릴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현재 출시되고 있는 자동차들 중 우월한 마력과 토크를 자랑하지만 실용 엔진 회전 영역과는 무관하게 최대 토크를 기록하는 차량들이 있다. 구입을 고려하는 차가 있다면 상세한 제원표를 꼼꼼하게 살펴볼 것을 권한다. 최대 토크가 실용 엔진 회전 영역 안에 있는지, 토크가 지속되는 범위가 얼마나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자동차의 진짜 성능은 거기서 결정된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