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공인구 사용 두고 곤혹스러운 나라들
잉글랜드, 전훈 앞서 공인구 허용 요청
2006년 스위스는 푸마 공 사용 도마에
허정무 “차보니 가벼워 킥 정확성 요구”
작은 차이라도 선수들은 민감하게 반응
축구대표팀이 13일부터 시작될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을 앞두고 공인구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공인구는 아디다스 제품인 브라주카다. 그러나 축구협회 공식 후원사는 나이키다. 축구협회와 나이키 후원 계약에는 월드컵 개막 일정기간 전까지 나이키 제품을 사용해야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대표팀이 이번 전훈 때 브라주카를 쓰려면 나이키에 사전 양해를 구해야한다. 이는 8일 축구협회와 나이키 미팅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한국대표팀만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 공인구를 제작하는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지 않는 국가대표팀들은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잉글랜드대표팀도 최근 골머리를 앓았다. 영국 일간지 미러는 작년 말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자국대표팀이 월드컵 공인구를 사용하는 문제를 두고 나이키와 협상에 나설 것이다”고 전했다. 잉글랜드대표팀은 한국처럼 후원사가 나이키다. 이 보도에 따르면 잉글랜드대표팀은 나이키와 계약에 따라 월드컵 개막전까지 브라주카를 사용할 수 없다. 이에 FA가 올 초 전지훈련부터 브라주카를 쓸 수 있도록 나이키에 요청한 것이다.
2006독일월드컵 때는 스위스가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월드컵 공인구는 아디다스의 팀가이스트였는데, 스위스는 푸마 후원을 받고 있었다. 스위스는 5월 말부터 훈련 때 팀가이스트를 쓰다가 월드컵 개막 직전 평가전 때 돌연 푸마 공을 사용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대표팀이 3일 동안 월드컵 공인구를 내팽개쳤다”며 비난을 받았다.
아디다스든 나이키든 푸마든 일반인이 보기에는 다 똑 같은 공이다. 공인구 적응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조기축구회 수준에서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프로클럽이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축구협회 허정무 부회장은 “브라주카를 차보니 가벼워서 다른 공에 비해 킥을 할 때 더 정확성이 요구되겠더라. 꾸준히 이 공을 사용하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또 월드컵을 앞두고 쭉 공인구로 훈련하느냐 아니면 다른 공과 번갈아 쓰느냐가 선수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정해성 심판·경기위워장 역시 “예를 들어 수요일 FA컵 후 바로 일요일 정규리그를 치른다 치자. 두 대회 공인구가 다르다면 FA컵 경기 후 목요일부터 바로 정규리그 공인구로 바꿔 훈련한 뒤 일요일 경기에 나선다. 볼마다 조금씩 질과 감이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