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첫 겨울캠핑 본지기자 ‘동태’될 뻔한 사연

입력 2014-01-1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신도의 겨울밤이 불 켜진 텐트 위로 느릿느릿 익어가고 있다. 혹한의 기온과 황량한 자연에 맞서야 하는 겨울 캠핑. 세 남자는 왜 이처럼 혹독한 겨울에 무거운 배낭을 지고 섬을 향해 떠나야 했을까. 인천 신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헉, 겨울침낭인줄 알았는데…”

생애 첫 겨울캠핑에 동행한 기자는 두 가지만 머릿속에 새겼다. 고수캠퍼들에게 민폐가 되지 말자. 그리고 ‘동태’가 되지 말고 살아서 돌아오자!

그러나 그 각오는 초장부터 망가지고 말았다. 다들 열심히 텐트를 구축하는데 놀고 있기 머쓱해 폴대를 끼우다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거기다 끼우면 안 돼요” 고수의 목청이 죽비처럼 내려쳤다. 그래서 빼고 있는데 이번엔 텐트 천이 폴대에 끼여 눈치를 봐야 했다. “이런 젠장!”

최악은 잠자리. 에어매트 위에 준비해 간 침낭을 깔았다. 다른 사람들은 편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지만 꿋꿋하게 구스다운에 등산복 차림으로 침낭에 들어갔다. 옆으로 돌아눕기 힘들 정도로 몸이 둔했지만 ‘동태가 되지 말자’를 상기하며 버텼다.

그러나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추위 때문이었다. 내가 가지고 간 침낭은 겨울전용 침낭이 아니었던 것. 땅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새벽의 한기는 막지 못했다. 무엇보다 발이 시려 몸을 웅크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밤새 침낭 안에서는 인간새우 한 마리가 얼고 있었다. 돌아와서야 알았다. 겨울캠핑을 할 때는 잘 때 발이 시리기 때문에 탕파(온수보온주머니)나 뜨거운 물을 담은 통을 발쪽에 놓고 자야 숙면할 수 있다는 상식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