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의 여기는 이구아수] 홍명보호, 베이스캠프 쟁탈전부터 러시아 눌렀다

입력 2014-0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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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월드컵 본선 기간 베이스캠프로 낙점한 포스 도 이구아수는 당초 러시아대표팀도 눈독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 골키퍼 3인방이 김봉수 GK 코치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이구아수(브라질)|남장현 기자

러시아·크로아티아 등도 이구아수 눈독
선수들 동선 간단해 컨디션 조절에 유리
축구협, 발빠른 사전작업으로 선점 성공
조별리그 첫 상대와 장외 싸움 기선제압


한국 축구가 벌써 러시아를 눌렀다?

2014브라질월드컵 베이스캠프 선정에 얽힌 이야기다.

한국은 브라질 파라나주 포스 도 이구아수에 사상 첫 원정 8강을 향한 전초기지를 세우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반면 러시아는 상파울루 외곽의 소도시 이투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비화가 숨어있다. 이구아수를 희망한 팀은 한국만이 아니었다. 동유럽 강호 크로아티아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도 이구아수에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기를 강력히 희망했다. 또 한 팀이 더 있었다. 바로 한국과 조별리그 H조 예선 첫 상대인 동유럽의 러시아였다. 양국은 6월18일(한국시간) 브라질 아마존 남부의 쿠이아바에서 대회 1차전을 갖는다. 첫 경기 결과에 따라 대회 전체 흐름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반드시 러시아를 꺾어야 한다. 물론 반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러시아 모두 이구아수를 적극 고려했다. 하지만 한국이 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되기도 전인 작년 2월 대한축구협회는 직원을 파견해 최적의 월드컵 캠프 선정을 위해 움직였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이 추천했던 50여 곳을 1차 답사한 뒤 10월 대표팀 김태영 코치가 직접 현장을 살피고 돌아와 결정했다. 꾸준한 월드컵 출전에서 비롯된 경험이 큰 힘이 됐다. 사전 작업의 중요성이 다시금 확인됐다.

선수단 숙소 내에 있는 웨이트트레이닝장과 침실, 대표팀 버스(맨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 이구아수(브라질)|남장현 기자


이구아수는 지자체보다 이 지역 전문 여행사들이 합작한 관광기구 컨벤션 비로우가 중심이 돼 도시의 베이스캠프 유치 전면에 나섰는데, 한국의 긴밀하고 발 빠른 움직임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컨벤션 비로우 관계자는 “한국이 여기를 베이스캠프로 선점한 건 의미가 크다. 좋은 기억도 많다. 특히 브라질대표팀도 1999코파아메리카컵이나 2002한일월드컵 등 주요 국제 대회를 앞두고 이구아수에 캠프를 차린 뒤 우승 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축구협회가 최종 계약서를 FIFA에 보낸 뒤에야 이구아수를 온전히 베이스캠프로 낙점할 수 있지만 큰 변수가 없다면 행선지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선수단 숙소(버번 카타라타스 컨벤션& 스파 리조트)와 공식 훈련장(페드로 바소 아레나)을 확인한데다 최근 대표팀의 동계 강화훈련을 통해 한국축구에 대한 이구아수의 적극적인 협조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한국이 필요한 모든 걸 아낌없이 지원한다는 약속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함께 월드컵 시뮬레이션 차원에서 이번 훈련에 임했는데 이구아수가 거의 모든 부분에서 괜찮았다”며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결국 한국에 이구아수를 빼앗긴 러시아는 일본과 함께 이투에 베이스캠프를 열기로 했다.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인프라와 환경은 좋다. 그런데 교통은 불편하다. 이구아수는 선수단 숙소에서 대회 전용기가 마련될 공항까지 이동하는데 10여 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지만 이투는 주변 공항이 없다. 육로로 2시간 떨어진 상파울루로 반드시 이동해야 한다. 동선이 복잡하면 아무래도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가 우려된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구아수는 우리를 귀한 손님으로 여기고 있다. 대표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조 추첨의 결과론일 수 있지만) 입지 조건도 아주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구아수(브라질)|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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