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남자프로농구 12분 쿼터제 타당한가?

입력 2014-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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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선수 다 쓰러질 것”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 성토

“리그 존폐 달린 문제 논의 한번 없어”
KBL 총재 일방통행 개탄 한 목소리

“48분 뛰면 매 경기 연장전 뛰는 꼴”
선수 혹사시켜 체력 저하·부상 증가

“3쿼터 20점 벌어지면 4쿼터 볼까?”
농구 흥행·방송 중계 등 타격 불보듯


한국농구연맹(KBL)이 다음 시즌부터 도입하려는 ‘12분 쿼터제’에 대해 스포츠동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압도적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상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다수를 차지했다. 게다가 KBL은 12분 쿼터제 추진 과정에서 소통 부재마저 노출해 더 큰 반감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왜 반대하나? ①절차상 문제

설문에 응한 A 감독은 “12분 쿼터제가 이사회 의결사항이지만, 어떻게 감독자 회의나 사무국장 회의 한번 안 거치고 이런 일을 추진하나”라고 비판했다. B 감독은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리그 존폐가 달린 문제인데, 충분한 논의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총재 한 사람의 생각에 따라 이런 중대 사안이 좌지우지되는 KBL의 일방통행을 걱정하는 발언들이다. 모 구단 사무국장은 “KBL이 12분 쿼터제 도입에 앞서 1년간 준비과정을 거친다는데,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농구가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 왜 반대하나? ②한국적 현실과 괴리

또 다른 구단 사무국장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심판 판정은 국제농구연맹(FIBA) 룰로 가겠다면서, 왜 경기시간은 미국프로농구(NBA)를 따라가나”라며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한 베테랑 선수는 “NBA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기 때문에 48분간 꾸준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능력이 되지만, 솔직히 KBL은 그 수준은 안 된다. (한 시즌) 54경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경기시간만) 48분으로 늘린다면, 주전선수들은 다 쓰러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C 감독은 “NBA도 10분으로 줄이자는 판인데…”라며 황당해했다.

무엇보다 체력저하와 부상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감독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주전의 출전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 ‘선수혹사’리그가 되려고 하는가”라는 주장도 나왔고, D 감독은 “48분을 뛰면 매 경기 연장전을 하는 꼴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자도 더 많아질 텐데, KBL이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경기시간이 늘어나봤자 5∼6명의 주력선수가 2∼3분을 더 뛸 것”이라는 주장도 다수였다.

인프라 부족에 대한 지적도 많이 나왔다. 한 사무국장은 “한국의 고교, 대학팀 숫자를 생각하면 인프라 자체가 구성되지 못한다”고 밝혔고, E 감독은 “12분 쿼터제를 통해서 2군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앞뒤가 잘못된 얘기다. 2군 활성화를 먼저 하고, 12분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 왜 반대하나? ③부작용 발생 우려

12분 쿼터제는 농구 콘텐츠 자체를 훼손시킨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선수는 “3쿼터에 20점 벌어진 경기라면 4쿼터 12분이 얼마나 지루하겠나? 경기력이 뒤떨어지는데, 점수가 과연 높아질까”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사무국장은 “가뜩이나 농구 경기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데, 방송중계사의 농구 외면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12분 쿼터제가 도입되거나, 이로 인해 경기수가 줄어든다면 스포츠토토와의 협상이나 중계권 협상 준비도 사전에 되어야 하는데 하나도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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