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남자’ 홍정호 분위기 반전 꿈꾼다

입력 2014-0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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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 스포츠동아DB

프로축구 선수라면 소속 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는 게 우선이다.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선수 선발을 위해 정해 놓은 원칙이나 기준이라서가 아니다. 선수 본인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임을 못 뛰면 감각이 둔해진다. 연습경기, 2군 경기 출전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자신감도 떨어진다. 경기력이 하강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이 그리스와 원정 평가전(한국시간 3월6일 오전 2시)에 나설 24명의 선수명단을 발표한 뒤 여론의 시선은 1년 반 이상 개점휴업하고도 태극마크를 단 박주영(왓포드)에게 일제히 쏠려 있다.

하지만 박주영 못지않게 주목할 선수가 있다. 중앙수비수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다. 홍정호도 벤치 신세인데 이번에 홍 감독 부름을 받았다. 홍정호는 올 시즌 8경기 출전(선발2, 교체6)이 전부다. 선발출전은 작년 10월이 마지막이었다. 최근에는 후반 막판 교체요원으로 투입되고 있다.

사실 홍 감독이 얼마 전 독일을 방문했을 때 가장 신경을 썼던 선수 중 한 명이 홍정호였다. 홍정호는 대표팀의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한 명이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함께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소속 팀에서 홍정호의 결장이 장기화돼 컨디션이 떨어지면 월드컵을 준비 중인 대표팀에도 치명적인 영향이 있다.

홍 감독은 아우크스부르크 구단을 방문해 홍정호가 왜 게임을 못 뛰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세밀하게 체크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는 후문이다. 홍 감독은 아우크스부르크 바인지를 감독이 홍정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홍정호가 장기간 벤치에만 앉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홍정호가 주전에서 밀린 가장 큰 이유는 팀 성적이다. 아우크스부르크는 16일 뉘른베르크와 홈경기에서 0-1로 패하기 전까지 정규리그 8게임 연속 무패(5승3무)를 달렸다. 아우크스부르크는 현재 9위에 올라 있다. 아우크스부르크가 이렇게 잘 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팀 성적이 좋을 때 감독은 어지간해서 선발 멤버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중앙수비수의 경우 더 그렇다. 홍정호를 벤치로 밀어낸 얀 잉버 칼센 브라커와 라그나르 클라반 콤비는 8경기 무패를 달리는 동안 4실점의 철벽수비를 보여줬다. 홍정호도 현 상황을 인정하고 있다. 불만을 갖거나 초조해하기보다 몸을 만들며 착실하게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22일 오후 11시30분 프라이부르크 원정에 나선다. 홍정호 출전을 기대해볼만하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뉘른베르크 패배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단순히 1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아우크스부르크는 홈에서 40년간 뉘른베르크에 이기지 못했던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이번에도 깨지 못했다. 실점 장면에서 중앙수비수들의 보이지 않는 실수도 있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이번에 홍정호가 전격 중용될 가능성도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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