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형이라 부르랬더니 “형사마”

입력 2014-02-2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신 오승환(오른쪽 2번째)이 24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기노자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형사마’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은 오승환은 좋은 성적으로 한국선수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놓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키나와|전영희 기자

■ 오승환에 취해있는 일본 오키나와

일본서 새 별명…기대·관심 최고조
소통 위해 한글 공부하는 취재진도
“이중키킹 논란? 운동에만 집중할것
일본 꿈꾸는 후배들에 보탬 되겠다”


‘돌부처’ 오승환(32·한신)에게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일본 오키나와에는 ‘형사마’ 열풍이 불고 있다.

24일 한신의 스프링캠프지인 오키나와 기노자구장. 일본 취재진은 오승환이 등장하자 뜨거운 관심을 표현했다. 이곳에서 한국 미디어의 통역을 담당하는 김윤수(26) 씨는 “오승환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 취재진도 있다”고 설명했다. 팬들의 반응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곳에서 팬들을 위한 한국어강좌가 열렸을 정도다. 오승환은 가볍게 수비훈련 등을 소화하며 25일 LG와의 연습경기 등판을 준비했다. 20일 자체 홍백전에서 던진 적은 있지만, 타팀과의 연습경기 출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 “볼처럼 보여도 스트라이크” 한신도 놀란 ‘돌직구’

24일 오전 10시. 오승환은 동료들과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으며 환한 얼굴로 기노자구장에 도착했다. 서슴없이 어울리는 모습에서 팀 적응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케이스포츠에서 6년째 한신을 담당하고 있는 신야 고마쓰 기자는 “한신의 포수와 코칭스태프가 ‘오승환의 직구가 독보적’이라는 말을 했다. 직구가 휘는 현상 없이 곧고, 낮게 깔려 들어오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 볼이라고 생각한 공도 스트라이크가 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오승환은 “그냥 좋게 얘길 해줬을 것이다. 그럼 나쁘다고 하겠나”라며 특유의 무덤덤함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한신 내부에서 오승환의 ‘돌직구’에 대한 찬사는 이미 시작됐다. 오승환은 20일 홍백전에서 최고 구속 147km를 찍었다. 아직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단계임을 고려하면, 향후 위력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불펜피칭 과정에서 투심패스트볼도 점검하고 있지만, 역시 오승환의 주무기는 강력한 직구와 하드슬라이더다. 그는 “내 스타일이 바뀌겠나”라는 말로, 기존의 투피치 스타일로 정면 돌파할 뜻임을 드러냈다.

한신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기노자구장에 마련된 기념품 판매소에 오승환을 응원하는 대형타월과 그의 유니폼이 걸려있다. 오키나와|전영희 기자



● 새 별명 ‘형사마’ 열풍 예감!

한신 관계자들은 “우승을 위해 오승환을 데려왔다”고 말한다. 올 시즌 한신의 개막전 상대는 숙적 요미우리다. 요미우리는 한신이 정상에 서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에 대해 오승환은 “요미우리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다른 팀과의 대결도 이겨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팬들과 미디어의 반응은 다르다. 일본 취재진은 “만약 오승환이 요미우리전에서 활약한다면, 더 큰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성적 한신 팬들은 이미 오승환에게 새로운 별명까지 붙이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고 있다. 오승환은 1월 27일 오키나와에 합류한 뒤 어린 선수들에게 “형이라고 부르라”며 친근하게 다가섰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팬들은 오승환에게 “형사마”라는 애칭을 안겼다. 사마는 우리말의 ‘님’과 같은 극존칭이다. ‘욘사마(배용준)’에 이어 또 하나의 사마열풍 예감이다. 오승환은 “동료들은 나를 형상(씨)이라고 부른다. 별명은 관심의 표현인데, 무엇보다 야구를 잘 해야 더 큰 관심을 가져주지 않겠느냐”며 ‘염화미소’를 지었다.


● 일본무대는 끝이 아닌 도전의 과정 “제 꿈을 응원해주세요”

최근 일본 언론은 오승환의 이중키킹 동작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개막 이전까지는 이에 대한 심판진의 결론이 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오승환은 “한국프로야구에 계신 일본인 코치님들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우리 팀의 투수코치님도 마찬가지셨다. 투구폼은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다”며 운동에만 집중할 뜻임을 밝혔다.

한신은 26일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마감하고 오사카로 향한다. 오승환 역시 시범경기 등을 치르며 담금질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아픈 곳 없이 좋은 페이스로 몸을 잘 만들어왔다. 이제 타자를 이기기 위한 과정으로 넘어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신의 홈인 고시엔구장은 일본고교야구선수권대회 본선이 열리는 곳으로 일본고교야구의 성지다. 일본프로야구선수들은 모두 이곳에서 꿈을 키웠다. 오승환도 이제 고시엔에서 자신의 꿈을 던진다. 그는 “류현진(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미국에서 한국선수들의 이미지가 좋아졌다. 나도 앞으로 일본에 진출할 대한민국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국내에서 메이저리그보다 일본야구에 대한 관심이 다소 낮지만, 일본야구도 선수에겐 큰 도전의 무대다. 나 역시 끝이 아니라, 꿈을 이루는 과정에 있다. 국내 야구팬들도 내 꿈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잘 해서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오키나와|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