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하는 “용석 할머니로 나오신 최선자 선배가 ‘연기는 그렇게 하는 거야’라고 하셨을 때 감동받았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영미는 영화 초반에 북한 지하교인이라는 이유로 남편 철호가 보는 앞에서 낙형과 신체훼손 등 모진고문을 당하고 총살형에 처하는 순교자다. 처음엔 특별출연을 제안 받았지만 촬영을 하면 할수록 분량은 늘어갔고 영화 틈틈이 출연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별출연이라고 말하기엔 아깝다고 하자 오산하는 “출연한 것만으로도 좋았다. 상업영화 틈에서 개봉을 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감독님의 좋은 취지를 듣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 끝에 나오는 북한 사람들이 실제로 고문당하는 모습을 보고 꼭 알리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고요. 저도 신앙이 있는 사람이기에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정말 아팠어요. 특별출연이라도 하고 싶었죠.”
오산하는 영화 제목처럼 신이 보낸 사람같이 연기한다. 피투성이가 된 몸에 처절함 속에서 입에서 찬송가와 성경구절을 외우는 그의 강인한 믿음과 더불어 지하교인들을 지키기 위한 그의 처절한 노력이 스크린이 여실히 비춰진다. 북한 인권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는 “비교가 될 수 없겠지만 나 역시 처절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강원도 산골 깊은 곳에 있어 몸도 추웠지만 마음도 추웠어요. 뼛속까지 외로웠다고나 할까. 마음 고생할 때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더 쓸쓸했어요. 그래서 영미의 감정이 스펀지처럼 쭉 밀려왔어요. 저 역시 아픈 마음을 연기로 표현할 수 있어서 선택을 잘 했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오산하.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한 때 정말 힘들 때는 연기를 관둘 생각도 했다고 한다. 틈틈이 어렵게 공부하며 하게 된 복지사와 연기자 사이에서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연극 ‘급매 행복아파트 1004호’에서 만난 로고스필름 이장수 감독에게 단단히 혼쭐이 났다고. 오산하는 “감독님이 ‘연기도 잘 하는 애가 왜 관두냐’며 ‘넌 독기가 없어. 배우는 치열하게 살아야지’라고 쓴소리만 잔뜩 들었다”고 말했다.
“틈틈이 공부해 복지사 자격증을 따서 틈틈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체성이 흔들릴 때가 많았죠. 연기자의 화려함과 봉사자의 겸손함의 틈을 메우는 것은 쉽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밤낮으로 연극 연습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을 가르칠 수가 없게 됐어요. 결국 복지사 일을 못하게 됐죠. 하지만 언젠간 복지사는 다시 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오산하는 ‘신이 보낸 사람’을 촬영하며 연기자의 길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영화로 배우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현재 아는 수녀들과 함께 장애인 뮤지컬에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이번 연기를 하며 성숙해지기도 했다는 그는 “앞으로의 미래를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 마음이 아팠던 만큼 성숙해졌으니 이젠 제가 아픈 사람들을 끌어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주변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줄 만큼 큰 그릇은 되지 못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밝은 빛과 기쁨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