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공격수 박주영은 2006년 그리스를 상대로 골 맛을 봤다. 6일 열리는 그리스와 평가전에서도 8년 전 기억을 살려 부진 탈출의 발판을 마련할지 관심이다. 박주영(오른쪽)이 3일(한국시각) 아테네 파니오니오스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06년 첫 대결 때 그림같은 헤딩 동점골
당시에도 오랜 부진 탈출 알리는 신호탄
이후 A매치 2경기 연속골로 화려한 부활
비슷한 상황서 마지막 기회 살릴지 관심
‘어게인 2006.’
‘위기의 남자’ 박주영(29·왓포드)이 8년 전처럼 분위기 반전을 꿈꾼다. 한국대표팀은 6일 오전 2시(한국시간) 아테네에서 그리스대표팀과 평가전을 갖는다. 시선은 온통 박주영에게 쏠려 있다. 박주영은 지난 1년 반 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 아스널에서 거의 경기를 못 뛰었다. 올 겨울 챔피언십(2부 리그) 왓포드로 팀을 옮겼지만 여전히 벤치 신세다.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지난 달 19일 그리스전 출전명단을 발표하며 “이번이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며 전격 발탁했다. 박주영에게는 이번이 홍 감독 눈에 들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 위기를 기회로
그리스는 박주영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팀이다.
한국은 그리스와 지금까지 3번 싸웠다. 2승1무로 한국의 우세. 2006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처음 맞붙어 1-1로 비겼고, 2007년 런던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는 1-0으로 이겼다. 가장 최근 만남은 2010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었다. 한국은 이정수(알 사드)와 박지성(아인트호벤)의 연속 골로 그리스를 2-0으로 제압했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시작이었다.
2006년 1월 첫 대결 때 동점골의 주인공이 박주영이었다. 0-1로 뒤지던 전반 24분 프리킥을 받아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 돌고래처럼 솟구쳐 올라 헤딩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박주영 특유의 득점 감각이 빛을 발했다. 그 때도 박주영은 대표팀 내에서 입지가 좁았다.
박주영은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이었던 2005년 6월, 독일월드컵 최종예선 우스베키스탄 원정에서 종료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화려하게 성인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이후 7개월 간 A매치에서 무득점이었다.
그리스와 경기에서 넣은 골은 오랜 부진의 탈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자신감을 찾은 박주영은 내친김에 나흘 후 핀란드와 평가전에서 프리킥 결승골까지 작렬해 A매치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2006년과 지금 박주영이 처한 상황은 같은 듯 다르다. 당시 박주영은 축구 팬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기대주였다. 그것이 중압감으로 작용해 오히려 몸이 무거웠다. 반대로 지금은 박주영에 대한 기대치가 바닥이다. 과연 박주영이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온당하냐는 비판 여론이 팽배하다. 8년 전 박주영은 가슴을 짓누르는 부담을 이겨내고 축구천재의 부활을 알렸다.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온전히 박주영의 몫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