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P. 하웰. 동아닷컴DB
“연봉과 계약기간 등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있었다”
LA 다저스 불펜의 핵 J.P. 하웰(31)이 스토브리그에 있었던 자신의 계약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하웰은 지난 주말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에 위치한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동아닷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겨울 다저스보다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며 장기계약을 원한 팀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웰은 이어 “하지만 나는 돈보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더 간절했고 반드시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다저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하웰은 작년 12월 다저스와 2년 총액 1125만 달러(약 118억)에 재계약했다. 계약조건 중에는 하웰이 향후 2년간 120경기 이상 등판할 경우 2016년(연봉 625만 달러) 계약이 자동 갱신되는 옵션이 포함돼 최대 3년 총액 1750만 달러의 계약도 가능하다.
하웰은 지난해 정규시즌 총 67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03의 성적을 거둬 다저스 투수진의 든든한 허리역할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7경기에 나와 총 6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1실점만 허용해 평균자책점 1.50의 호투를 펼쳤다.
하웰의 이런 활약은 부상이란 시련을 겪은 후에 이룬 결과여서 더 돋보인다.
하웰은 지난 2010년 탬파베이에 있을 때 어깨수술을 받았다. 당시 사람들은 “하웰의 야구인생은 끝났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하웰은 지난해 가진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의사를 찾아갔는데 어깨근육이 찢어져 수술이 불가피했다”며 “의사에게 수술 후 다시 공을 던질 수 있겠냐고 묻자 ‘재기할 수 있는 확률은 고작 15-20%’라고 했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그 때는 정말 눈앞이 깜깜하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웰은 모두가 부정할 때 긍정의 힘을 믿으며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재기에 성공했다. 다저스로 이적한 지난해 초에는 아내와 함께 ‘바른길 찾기(Discover your path)’재단도 설립했다. 하웰 본인과 아내가 겪었던 힘들었던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이 꿈을 향해 바른 길을 찾아 전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동아닷컴은 야구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두루 갖춘 하웰을 지난 주말 미국 현지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J.P. 하웰. 동아닷컴DB
다음은 하웰과의 일문일답.
-오랜만이다.
“이게 누군가? (악수를 청하며) 정말 오랜 만이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보다시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그런 것 같다.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얼굴이 좋아 보인다.”
-(웃으며) 기자인 내가 질문을 해야 하는데 입장이 바뀐 것 같다.
“그런가? 하하.”
-스프링캠프 초반인데 몸 상태나 컨디션은 어떤가?
“좋다. 아프거나 불편한 곳도 없을 만큼 아주 좋다. 또 다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오프시즌 동안 몸 관리를 아주 잘한 것 같다. 몸에 군살이 하나도 없다. (클럽하우스 라커룸에서 만난 하웰은 당시 상의를 탈의한 상태였다)
“당초 생각보다 계약이 늦어져 스트레스를 좀 받긴 했지만 여느 해처럼 오프시즌 동안 몸 관리를 잘했다. 이젠 나도 경력이 있다 보니 오프시즌에 몸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하.”
-‘계약이 늦어졌다’고 했는데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다.
“(웃으며) 그렇다. 작년 시즌이 끝난 뒤 최소 2개 이상의 팀으로부터 다저스가 제시한 금액이나 계약기간 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나를 영입하겠다는 팀이 있었다.”
-그렇다면 적잖은 갈등이 있었을 것 같다.
“맞다. 분명 계약기간이나 금액을 놓고 보면 다른 팀이 제시한 조건이 훨씬 더 좋았다. 하지만 나는 돈 보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더 간절했다. 결국 고심 끝에 월드시리즈 우승 전력을 갖춘 다저스에 남기로 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 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계약이 끝난 지금은 홀가분하다.”
-혹시, 당신을 영입하려던 팀이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게 된다면?
“(웃으며) 그러면 정말 배가 아플 것이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올 한해 정말 열심히 해서 다저스가 우승하도록 할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하하.”

J.P. 하웰. 동아닷컴DB
-당신 동료인 조시 베켓(34)을 봐라. 보스턴에서 다저스로 이적한 뒤 마치 머피의 법칙(Murphy’s law)처럼 지난해 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다. 다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하.”
-스프링캠프 초반인데 불펜피칭은 시작했나?
“그렇다. 현재는 불펜피칭 시 약 20개 정도만 던지고 있는데 몸 상태가 좋아서 그런지 제구도 잘 되고 느낌도 좋다. 투구수는 점차 늘려갈 생각이다.”
-아내(헤더)도 스프링캠프에 와 있나? 작년 겨울에 전화인터뷰 할 때 온다고 했다.
“스프링캠프에 입소할 때는 아내와 함께 왔다. 하지만 지금은 재단 일 때문에 LA에 가 있다. 며칠 후에 다시 이곳에 올 예정인데 그 후에도 계속 애리조나와 LA를 오갈 예정이다. 재단 일이 생각보다 할 게 많다.”
-비행기를 자주 타야 하니 ‘마일리지’는 많이 쌓이겠다.
“(웃으며) 그렇다. 하하.”
-지난 겨울 당신의 아내가 당신과 본인이 겪은 시련을 책으로 쓴다고 했다.
“원고는 이미 다 썼다. 지금은 출판사와 협의 하에 일부 원고를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말이지 책을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껏 원고수정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내가 정성을 쏟은 만큼 책이 출간되면 우리의 이야기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호주에서 열리는 다저스의 올 시즌 개막전 때문에 찬반양론 등 의견이 분분하다.
“나 같은 경우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아직 호주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물론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고 그곳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시차적응을 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것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불평을 해서 뭐하겠는가? 긍정적인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즐길 생각이다.”
-끝으로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지난해에는 아쉽게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반드시 그 꿈을 이루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도 부상 없이 가능한 많은 경기에 등판해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고 싶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