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백지훈 “축구 관뒀냐는 말에 오기 생긴다”

입력 2014-03-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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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훈은 한 때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니던 한국축구의 흥행 메이커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컨디션 난조와 부상 등이 겹쳐 잊혀진 존재가 됐다. 올 시즌 울산에서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 울산 백지훈

수원과 2년 계약 맺고 임대이적…1월말 합류
울산 패스축구·절친 김치곤 형 나랑 딱 맞아

수술 2년·군대 2년 공백 거치며 감각 떨어져
개막 2경기 교체 출전…80% 정도 몸 올라와

수많은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니며 K리그 흥행바람을 일으켰던 ‘꽃미남’ 미드필더. 하지만 그의 이력은 수년 전 끊겼다.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이름도 잊혀져 갔다. 상주상무에 입대하며 재기를 다짐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새 시즌을 앞두고 정든 수원 삼성을 떠나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청소년대표팀과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했던 백지훈(29) 이야기다. 백지훈은 울산에서 2경기 모두 교체 출전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전을 앞두고 있는 백지훈을 11일 전화 인터뷰했다.


● “은퇴 시선이 날 강하게 만들어”


-현재 몸 상태는.

“1월말 합류해서 동계훈련이 늦었다. 80% 몸이 올라온 거 같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


-임대이적을 결심한 계기는.

“작년 상무를 제대하고 수원 테스트에서 떨어졌다는 기사를 봤다. 사실이 아니다. 수원과는 재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2년 계약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울산과 인연이 닿았다. 조민국 감독님을 비롯해 울산 코칭스태프가 바뀌면서 패스축구를 한다고 들었다. 제가 원하는 스타일과 잘 맞을 것 같아 임대를 결심했다.”


-주장 김치곤과 절친한 것으로 아는데.

“(김)치곤이형과 알고 지낸지 10년이 넘었다. 형 추천으로 상무를 갔고, 울산 오기 전에도 매일 통화했다. 형이 많이 도와줬다. 룸메이트 (김)용태도 많이 챙겨준다. (박)동혁이형, (최)태욱이형, (김)성환이는 울산 와서 친해졌다. 늘 붙어 다닌다.”


-조민국 감독의 첫 인상은.

“고려대 감독으로 계실 때 경기 보러 가면 말씀이 없으셨다. (최)태욱이형이랑 처음 인사드렸을 때도 악수하시고 ‘열심히 하라’고 한마디 하셨다. 프로에 계시니까 훈련할 때 움직임이나 전술적인 지적과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도움 받고 있다.”


-조 감독은 백지훈 선수를 보고 잉글랜드 대표 제라드를 떠올렸다고 했다.

“저한테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람파드처럼 공격에 무게중심을 두려고 하셨는데 오히려 제라드에 가깝다고 하셨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수비적으로 변해서 그런 것 같다. 수비에서 많은 지적을 받다보니 그렇게 변한 거 같다.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공수조율에 신경 쓰고 싶다.”


-재기를 바라는 주위의 바람이 많다.

“울산 와서 다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감독님께서도 공격축구를 원하시고 저도 의욕이 강하다. 일부에서는 ‘제가 축구를 관뒀다’고 잘못 알고 계신 분들도 있다. 지난 몇 년 경기장에서 보여준 게 없으니까. 그런 말을 들으면 오기가 생긴다. 잘 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자신 있다. 연말에는 웃을 수 있을 것 같다(웃음).”


● “챔스리그 출전, 심장이 뛰었다”


-상주상무에서 시간은 어땠나.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군 입대 전 무릎 수술하고 몸이 안 좋은 상태였다. 재작년에는 몸만들기에 신경 썼고, 지난해에는 몸이 올라와서 경기 출전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상무 특성상 좋은 선수들도 많았고 제가 부족했던 거 같다.”


-지난해 경기 출전은 오히려 재작년보다 줄었다.

“감독님 보시기에 몸이 안 됐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론 원하는 전술과 포지션이 달랐던 것도 있었다. 후반기 출전을 늘리면서 몸이 좋아졌다.”


-전성기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아직 전성기가 오진 않았다(웃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수술 2년, 군 복무 2년 하면서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감각이 떨어졌다. 경기를 많이 뛰면 점차 좋아질 것이다.”


-2010년 오른 무릎을 다치면서 2년 가까이 공백을 가졌는데.

“녹색 신호등이 깜빡일 때 꼬마들이 길을 건너기 위해 뛰면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 나는 무릎이 아파 그럴 수 없었다. 포기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축구도 이렇게 포기하는 건 아닐까’하고. 그라운드에서 뛸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간절함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


-올 시즌 2경기 모두 출전하며 시작이 나쁘지 않다.

“우선 팀이 모두 이겨 좋았다. 웨스턴시드니전은 4년 만에 밟아보는 챔스리그였다. 가슴에서 북받쳐 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기분을 간직해 좋은 성적 거두고 싶다.”


-시즌 목표는.

“포인트 욕심은 없다. 꾸준히 경기장에서 뛰고 싶은 게 전부다. 첫 골이 빨리 터지면 자신감이 빨리 붙을 거 같긴 하다.”


백지훈은?
▲생년월일: 1985년 2월 28일 ▲신체조건: 175cm, 65kg ▲포지션: 미드필더 ▲학력: 풍기중-안동고 ▲ 소속팀: 2003∼2004 전남 드래곤즈/ 2005∼2006 FC서울/ 2006∼2011 수원 삼성/ 2012∼2013 상주 상무/ 2014 울산 현대 ▲대표경력: A매치 15경기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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