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유럽축구 탐방기] 클리닉 규모부터 남달랐던 네덜란드 유소년 프로그램

입력 2014-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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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으니 집을 떠난 지 한 달이 흘렀다. 국가대표팀 골키퍼(GK) 코치를 마친 이후부터 생각해온 유럽축구 연수였지만 막상 마음을 굳히고 나니 행선지를 구하는 일부터 고민이 컸다. 최소 반 년 이상 머물 계획인데, 뚜렷한 목적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네덜란드로 정했다. 유소년 성장 시스템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접하기 위해서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에레디비지에의 위상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세계 최고의 유소년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과 겨룰 벨기에의 대다수 선수들도 네덜란드, 특히 아약스 암스테르담에서 성장했다고 하니 풀뿌리 축구에서는 현재 따를 곳이 없어 보인다.

일본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에서 뛰었고, 아약스에서 수석코치와 감독으로 활동한 바 있는 피터 하이스트라를 우연히 만났다. 이 친구가 많은 도움을 줬다. 피터는 작년 12월까지 데 그라프샤프 지휘봉을 잡았는데, 당시 GK코치로 함께 했던 에드빈 수세비크를 소개해줬다. 에드빈은 정말 바쁜 지도자다. (박)지성이가 속한 PSV아인트호벤 U-20 총괄 GK코치 겸 데 그라프샤프 1군 GK코치를 맡는 등 ‘투(2)잡’을 뛰고 있다. 네덜란드 지도자들은 시간 단위로 쪼개 팀과 계약하고 활동하는데, 에드빈은 데 그라프샤프에서 주 16시간(주로 오전) 선수들을 훈련을 시키고, 오후에는 성인 무대 데뷔 직전인 아인트호벤 20세 선수들을 주 20시간 교육한다. 에드빈의 일은 그게 끝은 아니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고향인 파세펠트에서 매주 일요일 GK클리닉을 열고 있다. 벌써 12년째라고 한다. 더욱 놀라운 건 규모다. 오전 9시부터 11시,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두 시간씩 교육을 진행하는데, 첫 타임 11∼15세, 두 번째 타임 8∼10세 정규과정이다. 여기에 딸린 식구들도 꽤 많았다. 코치만 무려 10명, 모두 파트타임이 아닌 지도자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들이다. 소정의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아이들을 1년 26주 과정(전후반기 13주씩)으로 가르치는데, 소질이 있고 성과가 뚜렷한 몇몇을 에레디비지에 클럽에 소개하고 추천하는 일까지 한다. 물론 선수가 목적이 아닌, 잔디 위를 뒹굴며 건강한 성장기를 보내고 싶은 아이들도 많다. 교육생은 60여 명쯤 돼 보였는데, ‘스카우팅’ 기회를 엿보기 위해 네덜란드뿐 아니라 벨기에와 독일 등 인접국에서도 찾아왔다. 간혹 아인트호벤과 데 그라프샤프 등 프로 골키퍼들도 일정이 없으면 클리닉 일일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처음 이 클리닉을 접한 뒤 주저 없이 에드빈의 일에 동참하기로 했다. 덕분에 좀 더 바쁜 시간이 이어질 것 같지만 매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앞으로 아인트호벤과 비테세 아른헴, 아약스를 번갈아가며 팀 훈련장을 방문하고 일요일에는 클리닉 스태프로 활동할 계획인데 틈나는 대로 스포츠동아 독자들에게 이곳 생활기를 소개할 예정이다.

암스테르담에서·전 국가대표팀 GK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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