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푸이그 강지광의 발견

입력 2014-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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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강지광이 13일 시범경기 목동 SK전에서 타격 후 1루로 힘차게 뛰어나가고 있다. 강지광은 이날 괴력의 홈런 2방을 터트리며 스프링캠프 최고 히트상품의 진가를 드러냈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넥센 강지광이 13일 시범경기 목동 SK전에서 타격 후 1루로 힘차게 뛰어나가고 있다. 강지광은 이날 괴력의 홈런 2방을 터트리며 스프링캠프 최고 히트상품의 진가를 드러냈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시범경기서 벌써 3호 홈런…넌 누구냐?

투수서 타자 전향…밀어치고 당겨치고 괴력 홈런
강한 어깨·빠른 발·66번…다저스 푸이그와 닮은꼴


넥센 강지광(24)이 시범경기에서 괴력의 홈런포를 수놓고 있다. 강지광은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홈런 2방을 터뜨렸다. 스프링캠프부터 넥센 염경엽 감독이 자랑하던 비밀병기가 그 위용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8일 두산전 홈런을 포함해 3개의 아치로 시범경기 홈런 단독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 밀어서 쾅, 당겨서 쾅!

2번 우익수로 선발출장한 강지광은 1회말 1사 후 SK 선발투수 조조 레이예스를 상대로 밀어 쳐서 선제솔로아치를 그렸다. 볼카운트 2B-1S서 몸쪽 낮은 직구(시속 142km)를 우중간담장 너머로 날려버렸다. 3-0으로 앞선 4회말 2사 2루 3번째 타석에선 당겨 쳐서 쐐기 2점홈런을 작렬했다. 볼카운트 0B-1S서 바깥쪽 높은 체인지업(시속 131km)을 왼쪽담장 밖으로 넘겨버렸다. 경기 후 염 감독은 “첫 번째 홈런은 몸쪽 낮은 공에 밀렸다. 보통 타자라면 타구가 우측 폴 쪽으로 휘어져 나가야 하지만 우중간으로 끌고 왔다. 두 번째 홈런은 반대로 바깥쪽 공을 잡아채서 왼쪽으로 보냈다. 그만큼 손목 힘이 좋다. 국내선수가 이런 힘을 지니기 쉽지 않다”며 흐뭇해했다.


●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신데렐라

강지광은 인천고 출신으로 2008년 LG에 투수로 입단했지만 1군 마운드를 밟아보지 못했다. 공을 던지면 팔꿈치가 아팠다. 그래서 2009년 구단에 “타자로 전향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를 돌이키며 그는 “야구를 계속 하고 싶어 마지막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님 빼고는 모두 반대했다. 염경엽 감독님도 상당히 반대하셨다”며 웃었다.

염 감독은 2008년 LG 스카우트로 일하며 직접 강지광을 뽑은 인물이다. 2009년 1군 수비코치로 자리를 옮긴 염 감독에게 LG 구단은 “당신이 뽑았으니 강지광을 설득하라”고 했다. 염 감독은 “당시 LG는 투수가 약했는데 시속 150km를 던지는 유망주가 타자로 전향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반대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강지광은 지난해 결국 타자로 변신했다. 이어 지난해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염 감독이 그를 다시 뽑은 것이다. 그 대신 염 감독의 ‘절친’인 LG 김기태 감독은 땅을 쳤다. 투수 유출을 막기 위해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타자로서 잠재력이 컸기 때문이다.


● 나도 푸이그처럼!

염 감독은 SK전 홈런 2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지광은 시즌 개막을 2군에서 맞을 것”이라고 했다. 2군에서 더 많은 타석을 경험하면서 수싸움과 임기응변 능력을 기르는 편이 미래를 위해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강지광의 등번호는 66번이다. LA 다저스 야시엘 푸이그와 같다. 포지션(우익수)뿐 아니라 강견에 빠른 발, 파워가 닮았다. ‘혹시 푸이그 생각하면서 66번을 달았느냐’는 취재진의 농담에 “살짝은 그렇다”고 동의했다. “푸이그랑 친구예요. 푸이그가 저를 아는 게 아니라 저랑 동갑이에요. 그 선수만큼 하고 싶어요.” 그는 천전난만하게 웃었다.

쿠바 출신의 푸이그는 지난해 ‘5툴 플레이어’로 주목받았지만 돈 매팅리 감독은 “경험이 필요하다”며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도록 했다. 그러나 팀이 어려움에 처한 6월 메이저리그로 호출됐고,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강지광이 ‘한국판 푸이그’가 될 수 있을까.


목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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