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최근 수년간의 부진을 딛고 올 시즌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과연 독수리는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을까. 1986년 처음 1군에 진입한 한화는 1999년 구단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스포츠동아DB
AGAIN 1999! 독수리의 비상
1. 한화 이글스
한화는 수많은 레전드를 보유한 팀이다. 창단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이후 ‘가을야구의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막강한 화력을 의미하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지금도 한화를 상징하는 수식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암흑기를 걷고 있지만, 정승진 사장을 필두로 새롭게 바뀐 수뇌부가 무너졌던 팀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1985년 창단…3년 만에 역대 최단시간 KS 진출
공포의 주황색 줄무늬…1999년 창단 첫 우승
2008년 이후 하락세…류현진마저 ML로 떠나
올 시즌 앞서 영입·육성 등 대대적인 전력 보강
대전구장 리모델링 등 다시 날아오를 준비 끝
● 제7구단의 탄생
한화는 1985년 빙그레 이글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했다. 1984년을 끝으로 OB가 서울로 이전함에 따라 충청권(대전)을 연고로 한 새로운 팀이 필요했다. 충청도에 연고가 있는 한국화약(한화)이 제7구단을 만들 기업으로 선정됐다. 1985년 배성서 전 한양대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했고, 이듬해 1군에 진입했다. 창단팀의 한계는 있었다. 1986년 전기리그 12승42패, 후기리그 19승1무34패로 종합 최하위(31승1무76패·승률 0.290)에 그쳤다. 이듬해도 6위. 그러나 3년차인 1988년 돌풍을 일으켰다. OB와 삼성을 거친 김영덕 감독이 지휘봉을 쥐고 전기리그 2위(34승20패), 후기리그 3위(28승1무25패)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적을 일궜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에 무릎을 꿇었지만, 창단 후 최단시간 한국시리즈 진출팀으로 역사에 남았다. 이후에도 1989년과 1991년, 1992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신흥 강호로 거듭났다.
● 한화의 약진
1992년까지 4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함에 따라 후유증도 톡톡히 겪었다. 1993년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5위에 그쳤고, 그 해 11월 9일 구단명을 모그룹과 같은 한화로 변경하면서 제2의 창단을 선언했다. 고대하던 첫 우승의 감격은 1999년 찾아왔다. 이희수 감독의 지휘 아래 송진우-정민철-이상목의 선발 삼각편대, 구대성의 철벽 마무리, 장종훈-제이 데이비스-댄 로마이어로 이뤄진 폭발적 타선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로 한화는 마운드와 타선의 조화가 뛰어난 팀이었다. 마운드에선 1군 첫해였던 1986년 신인임에도 10승투수로 도약한 이상군과 한희민을 필두로 송진우, 한용덕, 구대성, 정민철 등 국내 초특급 투수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타선 역시 타 팀 투수들이 주황색 줄무늬(빙그레 유니폼)만 봐도 떨 정도로 막강했다. 1992년에는 장종훈, 이정훈, 강석천, 강정길, 이강돈, 전대영, 황대연 등 주전타자 7명이 나란히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렸고, 이후로도 로마이어, 데이비스, 송지만, 김태균, 이범호 등 쟁쟁한 거포들을 배출했다.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1999년 우승 이후 잠시 내리막길을 걷던 한화는 2005년 김인식 감독의 취임과 함께 재도약했다. 2005년 4위, 2006년 2위, 2007년 3위 등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강팀의 면모를 되찾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균열의 조짐이 보였다. 구단은 2000년대 이후 전력보강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았다. 2012년까지는 2군 전용구장도 없었다. 한화는 2008년 5위 이후 급속히 하위권으로 처졌다. 2009년과 2010년, 20012년과 2013년에는 최하위의 수모를 당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2006년 혜성처럼 등장한 괴물신인 류현진이다. 데뷔 첫 해 다승·방어율·탈삼진의 3관왕에 오르며 역대 최초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류현진은 2012년 말 LA 다저스로 떠나기 전까지 팀을 지탱하던 절대 에이스였다.
● 한화의 재도전
2011년 구단 수뇌부가 일신되면서 한화는 전환기를 맞았다. 2012년과 2013년에도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다. 전례 없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충남 서산에는 2군 전용훈련장이 건립됐고, 프리에이전트(FA) 영입과 유망주 육성을 통한 대대적인 전력보강도 이뤄지고 있다. 팬들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몇 차례에 걸친 리모델링으로 대전구장은 메이저리그식 구장으로 탈바꿈했다. 구단 안팎으로 도전의지가 꿈틀대고 있다. 어쩌면 2014년은 한화 재도약의 원년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