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양현종을 진화시킨 ‘느림의 미학’

입력 2014-04-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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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은 1일 역사적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개막전에 선발등판해 NC 타자들을 상대로 8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으며 무실점으로 호투해 광주 팬들과 구단에 영원히 기억될 값진 승리를 안겼다. 양현종은 비밀병기인 ‘커브’를 장착해 타자에게는 더욱 까다로운 투수로 거듭났다. 광주|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KIA 양현종의 신무기 커브

‘커브 전설’ 김정수 코치로부터 전수
NC전 122개 투구중 11개 커브 위력
차일목 “퍼펙트…투구 리듬감 생겨”
이효봉 위원 “가다듬으면 류현진급”


LA 다저스 류현진(27)의 ‘최고의 무기’는 서클체인지업이다. 그러나 그는 2014시즌을 준비하면서 커브와 슬라이더를 더욱더 갈고 닦았다. 특히 슬라이더에 욕심을 냈다. 타자들을 이기기 위해 레퍼토리를 다양하게 만든 것이다. 선발투수로서 일종의 책임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로 성장하고 있는 KIA 양현종(26)도 올 시즌을 준비하며 구종을 하나 더 늘렸다. 커브다. 그의 주무기는 직구와 슬라이더였다. 140km 후반대 빠른 공과 날카로운 각의 매력적인 슬라이더를 던진다. 좌투수가 우타자를 상대하기 가장 좋은 공이라고 평가되는 체인지업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느린 공’을 하나 더 추가했다. 직구와 구속 차이가 30km 이상 차이 나고, 낙차가 큰 커브였다. 느린 공을 장착한 양현종은 ‘무적’ 좌완에이스로 거듭났다.


● 느린 볼의 필요성↑ 커브 선택

양현종은 좌완 파이어볼러다. 그 스스로 “직구가 내 최고의 무기”라고 말할 정도로 빠른 공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빠른 공 일색의 투수는 투구내용이 단조로워지고,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 또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투수가 매번 전력투구를 할 수도 없다. 완급조절로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뺏는 영리한 피칭이 필요했다.

양현종도 느린 공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현역 시절 최고의 커브를 던졌던 김정수 코치의 도움을 받아 새 구종을 본격적으로 연마했고, 스프링캠프에서는 커브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됐다. 1일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개장 경기에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날 122개의 투구수 중 커브는 11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 위력을 발휘했다. 1회 1사 3루서 NC 이종욱을 상대로 커브를 던져 헛스윙삼진으로 돌려세운 게 대표적이다.


● 커브 덕분에 투구 리듬감 생겨

KIA 차일목(33)은 양현종의 커브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양)현종이가 그동안 커브를 확실하게 던진 적은 없었다”며 “지난해 마무리훈련부터 연마를 했고, 스프링캠프 때 완벽하게 던지기 시작했다. 원래 현종이의 주무기는 직구였는데 이제는 커브를 위닝샷으로 써도 될 정도로 제구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브 덕분에 투구 리듬감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완급조절의 재미를 알게 됐다는 얘기다.

KIA 관계자도 “슬라이더와 직구 외에도 체인지업이 위력적이었다”며 “그러나 체인지업 역시 이미 노출된 구종이었다. 커브를 장착하면서 구종이 다양해졌고, 덕분에 수싸움을 해야 할 타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몸 컨디션을 잘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고 전망했다. KIA 선동열 감독도 “경기 초반 흔들렸지만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보이며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고 극찬했다.


● 선발투수로의 진화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양현종이나 김광현(SK)은 류현진에 비해 아쉬운 점은 완급조절이었다”며 “선발투수는 긴 이닝을 소화하려면 매 공을 전력투구할 수는 없다. 하위타선을 상대할 때는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느린 공도 던지면서 맞혀 잡아가는 피칭을 해야 한다. 그런데 두 명은 무조건 힘껏 던져서 잡으려 한다. 현종이가 슬라이더와 커브를 좀더 가다듬어서 타자를 맞혀 잡는 묘미를 깨닫는다면 류현진에 가까워질 수 있다. 커브를 던지기 시작했다는 게 그 첫 걸음이라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한층 영리해진 양현종이 2014시즌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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