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울지 않는 ‘괴물의 법칙’

입력 2014-04-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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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DB

■ 류현진 조기강판 후 다음경기 어땠나

2012년 삼성전 8실점…다음 등판때 완투승
ML서도 대량실점 뒤엔 곧바로 분위기 반전
강철같은 멘탈 덕분…12일 애리조나전 기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이 5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 개막전에서 2이닝 만에 8안타 3볼넷 3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지며 메이저리그 데뷔 후 한 경기 최다실점과 최소투구이닝을 기록했다. 올 시즌 앞선 2차례 등판에서 12연속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기록했던 방어율은 0.00에서 3.86으로 치솟았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과연 샌프란시스코전의 부진이 다음 등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 한화 시절, 부진 이후 곧바로 반등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다. 우선 과거 성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류현진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대량실점하며 조기강판하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마치 ‘무슨 일 있었느냐’는 듯 곧바로 반등에 성공하곤 했다. 한화 시절이던 2010∼2012년 등판일지를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을 잘 알 수 있다.(표참고)

류현진의 한국프로야구 시절 최악의 성적은 2012년 7월 18일 대전 삼성전이었다. 당시 2이닝 동안 강봉규와 조동찬의 홈런 2방을 포함해 9안타 2볼넷 2탈삼진 8실점(8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한화에게도, 팬들에게도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러나 류현진은 씩씩했다. 곧바로 다음 등판인 7월 24일 대전 롯데전에서 완투승을 거두며 앞선 등판의 참혹했던 성적표를 완전히 씻어버렸다. 9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3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 다음 등판인 7월 29일 광주 KIA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으로 또 승리를 거뒀다.

이뿐 아니다. 그해 6월 24일 대전 두산전에서 3회에 윤석민(현 넥센)과 김현수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고 4실점으로 조기강판했지만, 다음 등판인 7월 1일 대전 KIA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타선 지원부족으로 패전투수가 됐을 뿐이었다. 그 전년도인 2011년 6월 10일 사직 롯데전에서 2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진 뒤 다음 등판인 6월 14일 대전 KIA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23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 세계 신기록’ 신화를 썼던 2010년에는 5회를 채우지 못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다만 2011년 개막전(4월 2일 사직 롯데전)에서 4이닝 5실점, 다음 등판(4월 8일 대전 LG전)에서 6이닝 7실점(6자책점)을 기록한 것이 찾아보기 힘든 연속 부진의 사례였다.


● 빅리그에서도 멘탈은 여전, 실패는 한번으로

‘두 번 연속 울지 않는 괴물의 법칙’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에도 유효했다. 포스트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컨디션 조절차 등판한 최종전(9월 30일 콜로라도전 4이닝)을 제외하고는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강판한 경기가 없었다.

굳이 실점으로 부진을 따지자면 5실점을 기록한 2경기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류현진은 4월 21일 볼티모어전 6이닝 5실점을 기록한 뒤 곧바로 4월 26일 뉴욕 메츠전에서 7이닝 동안 3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7월 11일 애리조나전에서 5이닝 5실점한 뒤 다음 등판인 7월 23일 토론토전에서 5.1이닝 4실점으로 썩 좋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시즌 8승째를 따내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 강철 같은 멘탈, 다음 등판 기대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보통 투수라면 한번 대량실점으로 조기강판하면 자신감을 상실하거나 등판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그러나 류현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류현진의 멘탈은 타고 났다. 게다가 이미 한화 시절 타선과 야수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을 숱하게 겪어봤다. 담금질을 할 만큼 했기 때문에 멘탈은 강철처럼 더욱 굳건해졌다. 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연이은 빗맞은 안타와 실책을 마음에 두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된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아직 확실히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6일간 휴식 후 7일째인 12일 애리조나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육체적으로 이상만 없다면, 정신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은 적은 류현진이다. 다음 등판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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