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폼 잃었다” 4할 손아섭의 이유있는 방황

입력 2014-04-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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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아섭은 요즘 방망이를 껴안고 잠들 때가 있을 만큼 야구에 대한 고민에 휩싸여 있다. 4년 연속 타율 3할과 2년 연속 최다안타 1위를 차지했지만, 끊임없이 진화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DB

■ 프로야구 손아섭의 슬럼프 스토리

슬럼프에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롯데 손아섭처럼 사람들은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선수 자신이 침체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슬럼프는 아무리 몸부림쳐도 좀처럼 정상으로 돌아오기 힘들다. 그러나 그런 슬럼프를 거치는 과정에서 선수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20타수 8안타 활약에도 전전긍긍
양상문 해설위원 찾아 조언도 구해
시작 동작서 타이밍 잡기 애로 호소
타율 그 이상을 추구…강자다운 고민

롯데 외야수 손아섭(26)은 요즘 방망이를 껴안고 잠들 때가 있다. 야구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다 깜빡 잠이 드는 것이다. 7일까지 손아섭의 시즌 타율은 4할(20타수 8안타)이다. 3월30일 한화와 시즌 개막전을 4타수 무안타로 출발했으나 이후 4경기에서 연속안타를 뽑아냈다. 특히 5∼6일 울산 삼성전에서 멀티히트를 쏟아냈다. 그러나 손아섭은 “내가 안타를 어떻게 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는다. 결과가 좋아도 자기만이 느낄 수 있는 어떤 ‘불완전함’ 때문에 기분이 개운하지 못하다. 손아섭은 6일 삼성전에 앞서 MBC스포츠+ 양상문 해설위원을 찾아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4년 연속 타율 3할과 2년 연속 최다안타 1위를 차지한 손아섭이 털어놓은 고민은 ‘2할 타자와 3할 타자는 고민의 레벨부터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 3할타자만이 할 수 있는 고민이란?

손아섭은 “지금 나는 최악의 바닥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타율에 관계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타격 메커니즘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공보고 공치기’식 타법으론 안타를 아무리 많이 쳐도 “불안하다”는 것이 손아섭의 진심이다.

손아섭이 자기 타격폼을 잃어버린 원인은 얼핏 보기에 아주 사소한 데 있다. 말로 표현하기도 애매한데 ‘타격 시, 시작동작에서 타이밍을 못 잡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시작점이 흔들리자 이후의 타격 동작까지 모조리 악영향을 받는 것이다. 양 감독은 “이것이 바로 3할타자의 고민이다. 2할타자라면 잘 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3할타자는 안타를 쳐내는 자기만의 일정한 폼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자기 것을 찾으려는 이런 고민을 하는 한, 손아섭이라는 타자는 톱클래스”라고 양 위원은 대견해했다.


● 치열함과 절제력 사이에서

손아섭은 “삼성에서 뛰었던 메이저리거 출신 훌리오 프랑코는 타이밍 잡는 첫 동작이 일정하지 않으면 거울을 보고 2시간 동안 그것만 연구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손아섭 역시 가장 많은 시간을 이 감각을 되찾는데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손아섭은 “너무 오래 여기만 몰두하면 시즌을 길게 치르는데 해로울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긴 시즌을 위해 고민은 잠시 접어둘 줄 아는 절제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노력하는 한, 인간은 방황한다. 손아섭의 방황은 더 나은 진화를 담보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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