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베이스볼] 김응룡의 ‘내탓이오’에 담긴 속뜻은?

입력 2014-04-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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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룡 감독의 ‘내 탓이오!’에 숨은 뜻은 뭘까. 김 감독이 시즌 초 성적부진에 이례적으로 자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랑이 리더십에 변화를 주면서 선수들에게 채찍보다 당근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동아DB

채찍보다 당근…선수들 기살리기 나선 ‘호랑이 감독’
나부터 변해야 산다

해태 시절부터 카리스마의 대명사
시즌 초반 잦은 역전패에 변화 다짐

“이기려 하는 마음에 내가 경기 망쳐
변칙은 줄이고 순리대로 투수 기용”

“감독 때문에 졌다.”

한화 김응룡(73) 감독이 입을 열자 구단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모두 깜짝 놀랐다. 진 경기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나 한숨으로 일관하기 일쑤였던 노(老) 감독이 이례적으로 짧고 굵게 자책의 한 마디를 내뱉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스스로를 책망하게 만든 경기는 11일 대전 넥센전. 한화는 7회까지 6-1로 앞섰지만 8회초와 9회초에 각각 3점을 내줘 6-7로 역전패했다. 불펜 승리조와 마무리투수가 5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타선은 상대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기회에서 연거푸 잔루만 남겼다. 그러나 감독은 경기 후 노발대발하는 대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다음 날 “내가 잘못해서 진 경기”라고 했다.


● 김응룡의 ‘내 탓이오’는 왜 나왔나

짧은 한마디 안에 굵은 변화가 담겼다. 김응룡 감독은 해태와 삼성 감독 시절부터 특유의 카리스마와 통솔력으로 선수단을 휘어잡았다. 경기의 패인을 제공하거나 부진에 빠진 선수에게는 덕아웃에서 거친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김 감독이 “내가 투수들을 너무 빨리 바꿨다. 선발 송창현도 좀 더 길게 던지게 해야 했고(5이닝 1실점·투구수 86개) 마무리 김혁민도 너무 일찍 올렸다(8회 1사 1·2루서 투입)”며 “이기고자 하는 마음에 조급해서 경기를 망쳤다”고 공개 반성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구단 입장에서도 가슴 아픈 패배였지만, 감독님은 특히 더 속이 많이 상하셨던 듯하다”며 “부임 이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표현하신 후회에서 많은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 “순리대로 투수 운용하겠다는 변화의 신호”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임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시즌 원칙 없는 투수 기용으로 질타를 받았던 한화이기에 더 그렇다. 한화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범경기 때부터 좋은 성과가 나면서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지난해보다 훨씬 많이 수용하셨다고 들었다”며 “2013년과 같은 변칙 없이 순리대로 투수 운용을 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화는 이어진 두 경기에서도 내리 졌지만, 김 감독은 침착했다. 12일 선발 이태양이 5회를 못 넘기고 내려온 뒤 “비록 졌지만 이태양의 가능성을 발견한 게 수확”이라며 다독인 게 그 증거. 13일에는 선발 유창식이 6회까지 93구 3실점(1자책)으로 호투하자 7회에도 변함없이 마운드에 올렸다. 올 시즌 한화 선발 투수가 처음으로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 감독도 변하고 한화도 변한다

한화는 올해 아홉 번 졌다. 승수보다 패수가 5개 더 많다. 그러나 11일 이후의 2패는 경기 내용 자체가 다르다. 마구잡이로 선수가 바뀌고 특정 선수에게 과부하가 걸리면서 온갖 비난과 야유를 받던 지난해 한화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일단 지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세계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요소가 하나씩 늘어가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김 감독 역시 충분히 느끼고 있을 터다. 그래서 스스로를 탓하는 방식으로 선수단에게 ‘기죽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패배도 아쉬운 법. 한화에게는 앞으로도 그 기회가 여러 차례 찾아올 것이다. 그때 비로소 김 감독의 변화에 진짜 의미가 생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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