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넥센 한현희와 염경엽 감독의 가방 내기

입력 2014-04-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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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한현희. 스포츠동아DB

넥센 한현희. 스포츠동아DB

이보다 더 당찰 수는 없다. 넥센 3년차 셋업맨 한현희(21·사진)는 마운드에서만 배짱이 넘치는 게 아니다. 팀의 사령탑이자 야구계의 까마득한 선배인 염경엽 감독 앞에서도 주눅 들기는커녕 내기를 제안한다.

염 감독은 최근 취재진에게 한현희가 제안한 ‘가방 내기’의 사연을 귀띔했다. 숙소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현희가 대뜸 염 감독에게 다가오더니 이렇게 부탁하더란다. “감독님, 올해 저 방어율 2점대 초반 찍으면 가방 하나 사주세요!” 갑작스럽고 뜻밖인 제안에 잠시 멈칫했던 염 감독은 이내 “2점대 초반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대신 2.70 아래만 나오면 내가 좋은 것으로 하나 사주겠다”고 화답했다. 한현희가 제시한 기준을 오히려 느슨하게 조정해준 것이다.

한현희에게 2점대 방어율은 올해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데뷔 첫 해인 2012년에는 43경기에서 69.1이닝을 던져 방어율 3.12를 기록했고, 홀드 부문 타이틀(27홀드)을 거머쥔 지난해에는 69경기에서 67.1이닝을 소화해 방어율 3.21로 시즌을 마쳤다. 염 감독이 하향 조정한 기준만 통과해도 지난해보다 방어율 0.5 이상을 낮추는 셈이다. 그런데 정작 한현희 스스로는 “나는 2점대 초반을 할 수 있는데 감독님이 올리셨다”며 기분 좋은 투정을 했다는 후문.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염 감독이 막내급 투수의 ‘도발’에도 오히려 기특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 이유다.

현재까지는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한현희는 개막 후 8경기에서 벌써 6홀드를 올려 이 부문 선두로 치고 나갔다. 가방이 걸려 있는 방어율도 0.96에 불과하다.

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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