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NPB 공인구. 사진 캡쳐|NPB 홈페이지
반발계수 기준치 초과로 비거리 부쩍 늘어나
올 56경기서 103개 홈런…난타전 경기 급증
이번엔 ‘너무 날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공인구 문제로 시끄러웠던 일본프로야구가 올해도 공인구 논란으로 뜨겁다. 닛칸스포츠를 비롯한 일본언론들은 15일 일제히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사용되는 ‘통일구’(사진)의 반발계수가 규정을 초과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향후 대책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언론들은 ‘통일구’를 아예 ‘위반구’로 명명하면서 “야구계에 큰 파문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난타전, 홈런 만발…결국은 공인구가 문제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는 예년과 달리 난타전이 속출하고 있다. 홈런도 연일 폭발하고 있다. 14일까지 56경기에서 103개의 홈런이 생산됐다. 경기당 1.84개다. 지난해 1.52개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오릭스의 윌리 모 페냐는 초반 12경기에서 7홈런을 때렸고, 요미우리의 무라타 슈이치는 9일 도쿄돔에서 비거리 150∼160m로 추정되는 초대형 홈런포를 날리면서 공인구의 반발력에 대한 의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일본야구기구(NPB)는 결국 10일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기준치(0.4034∼0.4234)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개막 이틀째인 3월 29일 6개 구장에서 사용한 공인구(구장별 12개·총 72개)를 수거해 조사한 결과 5개 구장의 공인구가 부적절한 공이었다는 것. 평균 반발계수는 0.426으로 나타났고, 도쿄돔에서 사용한 공은 무려 0.428에 이르렀다. 보통 반발계수가 0.001 높으면 비거리는 약 20cm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쿠텐의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어쩐지 지난해보다 공이 멀리 날아간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다른 감독들도 격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 ‘날지 않는 공’에서 ‘나는 공’으로
일본프로야구는 2010년까지 12개 구단이 자율로 NPB에서 공인한 업체의 공을 선택했다. 그러다 2011년부터 하나의 공인구, 즉 미즈노사에서 제조한 일명 ‘통일구’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단일구(롤링사 제품)를 사용하는 메이저리그처럼, 같은 조건에서 야구를 해야 한다는 명제 때문이었다.
통일구를 도입하자마자 홈런수가 급감했다. 2011년 경기당 1.09개에 그치더니, 2012년에는 1.02개로 더 줄어들었다. 통일구는 ‘날지 않는 공’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갑자기 홈런이 경기당 1.52개로 치솟았다. 전년도 대비 약 50%(48.8%)나 증가했다. 알고 보니 심각한 ‘투고타저’ 현상으로 야구인기가 떨어지자, NPB가 비밀리에 반발계수를 높이도록 미즈노사에 요구를 했던 것이었다. 이 사실이 발각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졌고, 가토 료조 NPB 커미셔너가 사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 한국프로야구에 던지는 메시지
NPB는 일단 미즈노 측에 신속하게 원인을 규명하도록 지시했다. 미즈노사 대표는 14일 NPB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사과를 한 뒤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팬들에게도 사과를 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제조 공정이나 소재의 변화는 없었다는 것이 미즈노 측의 설명이다. 다만 소재 관리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공 내부의 코르크(고무 응어리)를 감는 모사(울)의 ‘함수율(수분함량률)’이 평소보다 낮고 건조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미즈노사는 현재 1만 다스(12만 개)가 넘는 공을 다시 검사해 적정한 공을 골라내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는 일단 ‘위반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프로야구도 내년부터 단일구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본프로야구의 ‘통일구 파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층 더 엄격한 공인구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