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감독 선임과 촌외훈련 승인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대한사격연맹과 대한체육회가 일단 극한 대치 상황을 풀었다. 당분간 대표팀 운영 파행 등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급여 문제 등 대표팀 지도자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대한사격연맹은 27일 창원에서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대표팀 변경수 총감독 재추대와 대표팀 지도자 사직서 수리 여부 등을 논의했다. 사격연맹 임채수 경기력향상위원장은 “변경수 총감독의 재추대 여부는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대표팀 지도자 전원의 사직서 역시 모두 반려했다”고 밝혔다.
● 갈등의 발단은?
사격연맹은 4월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고 5월 7일로 6개월의 도핑 관련 징계가 마무리되는 변경수 전 대표팀 감독을 대표팀 총감독으로 추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승인을 거부하며 제동을 걸었다. 촌외훈련을 두고도 입장이 엇갈렸다. 1∼4월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한 사격대표팀은 5∼6월 창원에서 촌외훈련을 진행하며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를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이 역시 승인하지 않았다. 진천선수촌 시설을 활용하면 되는데 굳이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사격대표팀은 5∼6월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가 선발전을 치를 예정이다. 대표팀 지도자 11명은 14일 “총감독 승인 거부 철회, 아시안게임 선발전 참가를 위한 촌외훈련 승인, 선수촌장 사퇴”를 촉구하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 파행 운영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 사격연맹, 인천AG 파행 우려 한발 후퇴
사격연맹은 27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통해 한발 물러섰다. 임채수 위원장은 “6월 24일까지 창원에서 대표선발전을 치른다. 그 후 대표팀을 소집할 예정이기 때문에 약 한 달간 시간적 여유가 있다. 총감독 선임은 잠정 보류하고, 6월내로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 대표팀 지도자들의 사표도 수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 운영의 파행만큼은 막자는 취지의 결정이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와의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유예기간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격연맹 내부에선 변경수 감독 재추대 기류가 감지된다. “런던올림픽에서 금3개·은2개를 조련한 사령탑인데 토사구팽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 잠재된 논란의 불씨…촌외훈련과 지도자의 처우
특히 촌외훈련 문제는 지도자들의 생계가 달려있어 쉽게 봉합될 수 없는 부분이다. 국가대표 지도자들은 월간 15일 이상 훈련일수가 인정되면, 한 달 급여를 모두 받는다. 훈련일수가 7∼14일일 경우 한 달 급여의 반액이 지급된다. 훈련일수가 1∼6일일 때는 급여가 일할(日割) 계산된다. 11명의 사격대표팀 지도자 가운데 6명은 소속팀이 없다. 이들은 대표팀 급여가 수입의 전부다. 5∼6월 창원에서 열리는 선발전이 촌외훈련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대표팀 지도자들은 두 달간 생계가 막막해졌다. 대표팀의 모 코치는 “막노동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이 정도면 그만두라는 얘기 아닌가. 사표까지 제출하게 된 데는 이런 배경도 있다”며 답답한 속내를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