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손아섭. 스포츠동아DB
말하는 대로 인생 풀리는 손아섭의 비결은? 간절함
올 시즌 두산 민병헌(27)의 방망이가 무섭다. 고타율에, 득점력까지 갖추며 리그의 최고 1번타자로 등극했다. 비결이 있다. 가장 타석에 많이 들어서는 1번타자인 탓에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경기 전 선발투수 공략법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훈련하는 중에도 상대 주무기를 어떻게 쳐야할지 고민한다. 타석에 들어서면 끈질기게 승부하고, 경기 후에는 잘 친 타석보다 못 친 타석에 대해 곱씹으며 문제점을 찾는다.
이런 민병헌도 닮고 싶은 선수가 있다. 롯데 손아섭(26)이다. 그는 “(손)아섭이를 보면 집중력이 정말 좋다. 점수차가 벌어져도 타석에서 어떻게든 치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며 “나는 (손)아섭이처럼 간절해야 하는데 지난해만큼은 타석에서 집중하지 못 하는 것 같다”고 스스로에게 채찍질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손아섭은 “아직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민)병헌이 형도 아내와 딸 때문에 간절함이 커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매년 야구를 잘 해야 하는 동기부여가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손아섭에게 2010년은 주전선수가 돼야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그는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전체 29순위)에 롯데에 지명돼 입단한 뒤 2009년까지 3년간 118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2008년 80경기에 나갔지만 백업선수였고, 2009년에도 34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였다. 2010년 기회가 왔을 때 그에게는 ‘1군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결국 타율 0.306, 11홈런, 47타점을 기록하며 주전외야수로 발돋움했다.
이뿐 아니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외야수 골든글러브라는 목표를 세우고 쉼 없이 뛰었고, 2012년에는 개인타이틀에 대한 욕심으로 타석에서 열심히 방망이를 휘둘렀다. 2013년은 ‘롯데’하면 ‘손아섭’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기 위해 더 이를 악물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국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되겠다는 마음이 그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손아섭은 자신이 생각한대로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갔다. 2011년 생애 첫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012년에는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3년에는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 동시에,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하며 국가대표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손아섭은 “매년 나에게는 동기부여가 되는 목표가 있었다. 꼭 이루고 싶다보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며 “올해 목표는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뽑혀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앞으로도 타격왕도 해야 하고 가야할 길이 멀다. 타석에서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이어 “동기부여는 만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절함이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나는 언제나 벼랑 끝이다. 그 마음이 나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